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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Feb 20. 2023

엄마


62년생인 그녀는 평생을 교직에 몸 담았다. 현재는 은퇴 후 기간제 교사로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그녀는 매일 일을 마치고 집에서 밥상을 차려 낸다. 찰기가 넘치는 밥과 여러 가지의 반찬이 차려진 그녀의 식탁은 참 푸근하고 따뜻하다.

식사를 마치고 좋아하는 운동도 격일로 간다. 종종 배드민턴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기도 하는데, 움직이며 땀을 빼면 스트레스가 다 풀린다고 말한다. 나는 이제 그 말의 의미를 안다. 그녀도 직장 생활에서의 스트레가 있다는 뜻임을. 무릎이 아파 근육주사를 맞아가면서 까지 격렬하게 하는 운동이 그녀를 짓누르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해 주는 수단임을.



그녀를 ‘엄마’라는 말 외에 다른 말로 불러 본 적이 나는 없다. 과연 그녀가 그 말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다. 그 단어는 언제나 기대어도 되는 존재라 생각하게 되니, 그것이 무겁게 느껴지는 날이 있지는 않았을까?

그럼에도 그녀는 썩 씩씩한 편이다. 목소리가 부드러우면서도 카랑카랑하고, 표정은 밝지만 어쩐지 눈은 슬프다. 이따금 눈동자에 눈물이 맺혀 있나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촉촉한 눈망울을 지니고 있는데, 그 눈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질 것만 같아서 애써 눈을 피하고 밝은 목소리로 그녀를 대하곤 한다. 우리 네 식구 중 그녀 외에 그런 눈을 가진 이는 없다. 아마도 ‘김 씨’의 눈일 거라며 농담 섞인 말로 혼자 생각하곤 한다.



모녀라는 관계는 참 어렵다. 너무 좋고, 그래서 싫다. 이해가 안 돼서, 이해가 된다. 나를 뱃속에 품은 열 달의 시간, 그리고 나를 키워낸 삼십여 년의 시간. 거슬러 올라가 엄마의 엄마, 그리고 그 엄마의 엄마, 그 모든 엄마가 나의 엄마 이기도 하니 우리는 한 몸에서 난 사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날이 갈수록 그녀를 이해하게 되고, 그렇게 내 마음 깊숙이 자리하게 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부터 그녀가 없었던 적은 없다.

내 인생의 동반자.

나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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