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메 Feb 23. 2023

귀여워


언젠가부터 오빠는 나를 보고 웃으며 ‘귀엽다’고 말한다.

‘예쁘다’도 아니고 ‘섹시하다’도 아니고 ‘귀엽다’라니… 나이가 마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그 말은 조금 주책스럽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내게 ‘귀엽다’고 말했다. 그러자 어라, 이상하다. 내가 점점 귀여운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귀여운 목소리로 이상한 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세차게 흔들고 있는 내가 되어 있었다.


나의 소개에 ‘사랑하는 마음을 담으면 사랑스러운 존재가 됩니다’라는 말은 실제로 내가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 한없이 귀엽게 봐주니 어느새 귀여운 내가 되어 있었다는 마치 신화 같은 이야기다. 이 변화는 실로 놀라웠다. 나는 어려서부터 애교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부끄럼 많은 아이였다. 그런 내가 이렇게 깨방정을 떨며 웃고 있다니! 더군다나 그의 말에 힘입어 나는 나의 귀여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키고 싶은 욕심까지 생겨났다. 이제는 나 자신을 귀여운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자주 내게 ‘웃기다’고 말하기도 한다.

고백한다. 나는 생전 그 누구에게도 웃기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간혹 내 말에 실소를 터트리는 이도 있긴 했지만, 그 경험이 내겐 너무나 특별해서 기억이 날 만큼 손에 꼽히는 정도이다. 웃기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그를 더욱 격렬하게 웃기고 싶다고 생각해 별 짓을 다 하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웃기다는 말을 듣지 못하는 내가, 그는 왜 웃길까? 아무래도 우리가 오래 함께해 오고 있으니 흔히 얘기하는 ‘코드’라는 것이 생긴 것 같다고 유추해 본다. 나의 이 마이너적인 웃음코드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이 좀 더 맞는 표현 같다.



한 사람과 인연을 맺으면 처음엔 장점이 눈에 띄지만, 점점 단점이 눈에 들어오곤 한다. 나 역시도 예전엔 그런 경험을 했다. 그리고 종국엔 장점이 단점을 이기지 못해 인연을 끝내고야 만다. 하지만 세상에 단점 하나 없는 완벽한 인간이 존재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장점이 있고, 더불어 단점 또한 존재한다. 여기에서 그 단점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볼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나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행동이 조금 굼뜬 편이다. 세상은 이것을 ‘게으르다’라고 말한다. 나의 오빠는 그런 나를 언제나 웃음으로 다독이고 일으켜 세워준다. 단점임이 분명한 나의 이 성향을 받아들이고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 대신 내가 일어나 자리에 앉을 수 있도록 언제나 동기부여를 해준다. 본인에게만 써도 모자랄 에너지를 내게 나눠주는 셈이다. 간혹 그것이 본인의 팔자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가 인연을 맺은 이상 서로 안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 무언가를 할 때면 큰 칭찬을 해주기도 한다. 그런 칭찬이 내게 힘이 되기도 하니, 부모의 역할 까지도 해주고 있는 그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실제로 그는 나를 ’ 키운다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얘기를 읽은 어떤 이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은 끊임없는 ‘응원’ 임이 분명하기에, 그와 일맥상통하는 ‘키운다’는 표현이 나는 부끄럽지 않다. 나 역시도 그를 키우고 있다고 자부한다.


나는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어떻게 한 인간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나라는 사람으로 증명할 수 있다. 나는 지금 자리에 앉아 이렇게 무엇인가를 쓸 수 있는, 그리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된 것이다.

나의 ‘느림’이라는 단점이, ‘차분함’이라는 장점으로 승화되었다. 그것은 시선의 차이다.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는 귀엽고 웃기면서 차분한 사람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노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