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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메 Feb 22. 2023

노묘


새벽에 '툭' 하는 소리에 잠을 깨서 주위를 살피니 짜장이가 절뚝거리며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놀라서 살피는데 왼쪽 뒷다리를 바닥에 닿지 못하는 듯했다. 침대 위도 겨우 올라와 똬리를 틀며 눕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그때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침에 오빠가 눈을 뜨자마자 말했다.

"짜장이가 뒷다리를 절뚝거려..."

그러자 갑자기 오빠가 짜장이를 들어 무릎 위에 뉘이더니

"아픈가 보다" 

라며 눈물을 글썽인다. 그 모습을 보자 나도 갑자기 눈물이 났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수 없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단순 골절일 수 도 있으니 우선 좀 지켜보자며 서로의 어깨를 다독이고 그때부터 짜장이를 좀 더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우리의 마음도 모른 채 잠들어 있는 짜장이를 보고 있으니 울렁거리는 감정이 올라왔다. 


올해로 14살에 접어든 그이기에 자그마한 변화에도 쉬이 걱정이 되고 안 좋은 생각이 들곤 한다. 평생 내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날이면 다가올 그날들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한다. 


짜장이는 요즘 식탁 위로 올라오는 것을 조금 힘겨워한다. 작년 항문낭이 파열된 뒤로 뒷다리에 영 힘이 없어 앞다리로 매달려서 올라오곤 하는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조금 짠해져 온다. 표정은 아직도 생글생글해 보이지만 털은 희끗희끗 해 지고 짜증 섞인 목소리를 자주 낸다는 것. 그리고 유난히 토리와 메에게 자주 시비를 거는 것이 아마도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오는 짜증이리라 예상할 뿐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서 미안하다. 유난스럽게 병원을 들락거릴 형편도 못 되니 그저 사료의 값을 조금 더 쳐 시니어 정도로 바꿔주는 것 밖에 해줄 수가 없다. 가끔 내가 잘 키우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최대한 나의 소신대로 대하고 있기 때문에 때론 모든 이유가 나 때문일까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다.



"너와 내가 만난 건 운명이야. 처음 친구 집에서 엎드려 젖을 먹고 있던 네 모습에 나는 반했어. 너는 한결같이 제멋대로이지만 언제나 사랑스러워."



잠에서 깬 짜장이가 기지개를 쭈욱 켜며 네 다리로 성큼성큼 걷는다.

아, 오늘도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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