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

by 리메



오늘따라 풀리는 일이 없었다. 오너가 나에게 바라는 모든 것들을 맞추기가 버거운 날이었다. 누군가 손끝으로 툭 건드리면 버튼을 누른 것처럼 눈에서 눈물이 날 것이란 것을 예상하고 최대한 사람을 피해 다녔다. ‘울지 마’, ‘버텨’ 같은 말들이 내 마음속에 계속 떠다니고, 감정이 격해질 것 같은 순간엔 엄지손톱을 꾹꾹 누르며 내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하루종일 그랬다. 이렇게 쏟아지는 감정들이 나는 가끔 주체가 되지 않고, 버틴다는 말 보단 받아들인다는 말이 맞으리라. 나는 그렇게 내 감정을 받아들이며 지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퇴근 후 운전대를 잡고 첫 곡으로 ‘daft punk’의 ‘something about us’를 골랐다. 리드미컬한 베이스라인이 나를 진정시켜 주자 이내 옅은 미소가 얼굴에 번진다.

운전은 세상과 나를 단절시켜 주는 도구라고 느낀다. 차 안에 있는 동안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나를 위로해 준다.


집에 도착하니 갈증이 난다. 감정의 갈증.

이런 갈증엔 언제나 그렇듯 맥주 한 잔을 한다. 잔을 기울이고 거품이 넘칠세라 조심스레 따라낸 맥주에서 몽글몽글 기포가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진다. 괜스레 향도 맡아보는데, 상큼한 귤 피향을 느끼며 생각한다.

‘자, 이제 마실 준비가 되었으니 어디 한번 마셔볼까!?’

첫 입은 아주 살짝 머금어 본다. 입안에 퍼지는 맥주향을 느끼며 본격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 뒤, 목구멍을 한껏 크게 벌리고 맥주잔을 치켜들어 내 목에 붓는다.


아,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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