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온 것을 가장 먼저 체감할 때는 엄마가 옥수수를 수확해서 나눠줄 때이다. 밭에 쪼르르 한 줄로 옥수수가 심어져 있는데 수확하려고 보면 항상 그중 3분의 1은 새가 쪼아 먹고 난 후다. 작물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한데 한 해 두 해 농사를 짓다 보니 이제는 단념 아닌 단념이 되어버린 듯하다. 사실 자연에서 난 것이니 다 같이 나눈다고 생각하면 마음 한 편의 아쉬움이 사라지기도 한다. 모두가 옥수수를 먹을 자격이 있으니까.
따자마자 바로 껍질을 벗겨낸 옥수수를 받아와 집에서 푹 찐다. 여기서 찌는 시간이 관건인데 너무 오래 찌면 옥수수 알이 물러진다. 적당 시간 쪄낸 옥수수는 씹을 때 껍질이 어금니가 살짝 튕겨 나갈 듯 탱글하고 그 탱글한 껍질 안은 쫀득하고 고소한 속살로 가득 차 있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분은 알 제일 속에 위치하고 있는 씨앗이다. 고백하건대 나는 그 씨앗 부분을 너무 좋아해서 옥수수 하나를 일일이 씨앗만 분리해 따로 입 안 가득 넣어 먹은 적도 있다. 탱글 하면서도 아삭하고 쫀득하면서도 매끈한 것이 마치 옥수수기름을 짜 먹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마 옥수수를 이렇게 먹어본 사람은 극히 일부 혹은 전혀 없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옥수수에 진심이다.
내가 옥수수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엄마는 매우 잘 알고 있다. 매번 당신이 옥수수를 좋아해서 어릴 때부터 먹였더니 커서도 좋아한다고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는 이유를 상기시켜주곤 한다.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는 것이 엄마에겐 하나의 공감대이자 즐거움인 듯해 보인다.
사실 요즘 옥수수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의 기로에 서있다. 최근의 건강검진에서 공복 혈당이 조금 높게 나온 후로 탄수화물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마음먹은 터라 엄마의 나눔이 때론 내게 걱정거리 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에게 작물을 받아먹는 날이 얼마나 더 남았을지 알 수 없으니 엄마도 좋아하고 나도 좋아하는 이 옥수수를 먹을 수 있을 때 더 맛있게 먹기로 한다.
정확히 25분. 옥수수를 쪄내는 시간이다.
시간이 되었다고 맞춰놓은 알람이 울린다. 알람을 끄고 급히 옥수수를 냄비에서 꺼내 양손으로 이리저리 굴리며 입바람을 호호 분다.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