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떠난 날의 짧은 기록
복직한 지 2개월 반쯤 되어 새벽 야근을 밥 먹듯 하던 한 주의 토요일. 건강 챙기는데 여념이 없어 그날 아침에도 필라테스를 다녀왔다. 집에 돌아오자 남편이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고 했다. 아빠가 응급실에 가야 할 것 같다고.
암 4기에서 4년 가까이 이겨내던 아빠에게 응급실은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날은 아빠가 힘이 너무 없어, 엄마가 응급실에 가자고 했는데 아빠는 ‘이런 걸로 무슨 응급실’이냐며 거부하고 있었다.
엄마는 아빠를 부축하기 어려워 남편에게 요청했고, 우리는 같이 갈 것인지 아니면 나는 집에 남아 아기를 돌볼 것인지 의논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기에 나는 집에서 아기를 보기로 했고, 그날 저녁까지 상황을 전달받다, 아이를 재우러 들어갔다가 같이 잠에 들었다.
쾅.
밤 11시쯤 급히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남편이 지금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며, 내가 연락이 안 되어 왔다며 나와 아기를 깨웠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위급한 상황이었다.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아빠는 의식이 없었다. 마지막까지 나를 기다리다 그렇게 아빠는 하늘나라로 갔다.
장례를 치르고 다음주가 되어 출근을 했다. 새벽 세시 네시까지 야근을 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음을 돌아볼 여유도 용기도 없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개월 남짓, 마음을 돌아보려 하니 아직은 나 자신이 피하는 듯하다.
나에게 아빠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다. 나에게 신앙을 줬고, 구체적으로 사랑하는 법에 대해 몸소 보여줬다. 어릴 적부터 아빠 무릎에 앉아 한 두시간 대화하던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빠가 해주는 아빠표 피자… 생각이 깊어질수록 아빠와의 기억이 너무 많아, 헤어 나올 수가 없다.
아빠가 떠나던 날. 겉으로는 씩씩하게 보였지만, 마음을 돌아볼 용기도 없는 첫째 딸은 용기 내어 그날을 더듬어 적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