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임용시험공부를 한 적이 있다.
경기도가 사람을 많이 뽑는데 거긴 한자급수를 따야 가산점을 받는단다. 3급은 쉬워서 2주만 하면 된단다. 밥스터디 친구들 모두 임용공부를 하며 한자도 틈틈이 봤는데.. 4명 중 나만 똑 떨어졌다.
별거 아닌척했지만 너무 부끄럽고 자기 비하를 했단 기억이 선명하다.
내가 올해 임용시험 준비를 하려면 전제조건이 1월 한국사 시험을 한 번에 붙어야 한다는 거였다.
난 두 개를 한 번에 준비할 능력이 안 되는 사람임을 인정하고, 한국사시험을 한 달 내내 준비하였다.
3일만 봐도 붙는다는 시험이지만. 국사책에선 뗀석기와 세종대왕밖에 모르고 사극극혐자인 나에겐 한 달 내내 고3처럼 공부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큰 별샘 ebs강의 수십 개를 다 듣고. 모의고사를 수십 개 업로드된걸 모두 풀고 시험장으로 출발하였다. 문제가 슥슥 풀린다. 헷갈리지도 않는다. 확실히 아는 문제만 해도 합격권이다. 기쁘다 정말. 사극이 그래서 재미가 없었구나. 잘 아니까 문제 푸는 것도 너무 재밌다. 정조는 업적이 많구나. 이건 영조시대 건데? 그렇지!
시험지는 갖고 갈 수 있단다. 시험 마치고 나오니 운동장에서 어린 학생 둘이 서로 답을 맞혀보고 있다. 내가 정답을 다 아는데 알려주고 싶다.
이런 기분은 뭘까? 요령으로 대강 커트라인 넘기는 공부만 해왔던 나에겐 처음 느끼는 기분이다.
거의 아는 것과. 다 안다는 느낌은 다르구나.
실제로 채점해 보니 깎인 점수도 제법 되었다.
"다 안다고 생각해도 다 맞진 않는구나"
안갯속 같던 임용시험공부방법이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