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라는 무게

우리 동네 보안관 5

by 신비

인원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열악한 인원이었습니다.


하지만 피크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콜은 몰아쳤습니다.

그 몰아치는 피크 속에서

박 대표가 전두지휘를 합니다.


어디를 먼저 빼야 하는지

어디가 밀릴지 누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콜은 끊임없이 쏟아졌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길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이더들이 말합니다.


“역시 박 대표다.


누군가는 웃으며 말합니다.


진짜 콜 타려고 태어난 사람이네.


그 말에 다들 웃습니다.


하지만 그 말속에는

농담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들 알고 있었습니다.

그 피크 속에서
판을 읽고 길을 열어주는 사람이 누군지.

그렇게 하나씩 헤쳐 나갔습니다.


하지만 한계도 있었습니다.


정해진 인원으로 배달의 효율을 아무리 끌어올려도
그 이상 넘어가지 않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콜은 계속 들어오고 사람은 부족했습니다.


그 상황을 가맹점 사장님들이
모두 이해해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화가 옵니다.


왜 이렇게 늦어요.


우리 집 콜 왜 안 빠져요.


전화는 한 통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통이었습니다.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수없이 반복했습니다.


박 대표는
오토바이를 타고 필드를 뛰면서도
관제를 보고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런데 박 대표는 가만히 앉아 관제만 보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필드를 뛰면서도
판을 읽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날은
본인이 달리는 경로 위에

말도 되지 않은 역배차 위험한 배차
콜을 다섯 개 여섯 개씩 잡아넣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감당하기 어려운 배차였습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어느 골목이 빠른지
어디 신호가 막히는지
어디로 돌아 나가야 하는지.


머릿속에서
길과 시간이 계속 움직였습니다.


자기 일을 하면서도
라이더들에게 콜을 배차했고

관제를 보며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지휘만 하는 대표가 아니었습니다.


직접 오토바이를 탔습니다.
모범이 되기 위해 먼저 나갔고
먼저 뛰었습니다.


자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라이더들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함께 뛰었고
함께 버텼습니다.


힘들었지만 그럴수록 더 끈끈해졌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무게가 있었습니다.


배달기사로 살던 삶과
배달대행 대표가 되는 삶은
전혀 다른 삶이었습니다.


신뢰.
믿음.
그리고 책임이었습니다.


이제는
혼자 잘 달린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군가의
하루를 책임져야 했고


누군가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습니다.


그래서
박 사장은 더 뛰었습니다.

더 버텼습니다.

피크 시간이 되면

디스코드에서는 숨 돌릴 틈 없이
목소리가 오갔습니다.


여기 OO대교 막혀요.


퇴근 지옥 시작됐습니다.


형님 턱끝까지 찼었는데 나와줘서 나이스 타이밍.


오 어벤저스.


누군가는 급하게 말합니다.


이거 이거 부탁해요.


그러면 어디선가 대답이 돌아옵니다.

어, 제가 어디까지 갔다 줄게요 형님.


가는 길에 이거 주고 가셔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서로 나눴습니다.

부탁했고 받아줬습니다.


그렇게 몰아치는 콜 속에서도
그들은 함께 버텨냈습니다.


박 사장이

조용히 말합니다.


오늘 진짜 이 인원으로 피크 퍼펙트 했어요.


잠깐 웃음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말합니다.


모두들 안 다쳐줘서 고마워요.


그 말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어떤 날은

운행 중 사고도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도로는 미끄러웠고 어떤 날은 넘어지고
어떤 날은 뒤집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일어났습니다.
다시 오토바이에 올랐습니다.


박 대표의 일하는 하루는

보통 열여섯 시간이었습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과가 끝난 후에는 자리가 달라졌습니다.


그곳에는 대표도 직원도 없었습니다.


그저

, 동생, 누나, 오빠였습니다.


누군가는

가정사 이야기를 합니다.


누군가는

힘들었던 하루를 말합니다.


어떤 날은

웃었고 어떤 날은 울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줍니다.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고

괜히 웃으며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보듬었습니다.

누군가가 말합니다.


이런 분위기 진짜 없다.


다른 누군가가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 회사 진짜 좋다.


그 말에

다들 웃습니다.


말없이 소주를 한 잔 따릅니다.


오늘도 고생했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씻어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이 동네에 조금 이상한 장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색.
핑크였습니다.


핑크 라이더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