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라이더 등장

우리 동네 보안관 6

by 신비

어느 날,


멀리서도 뭔가가 눈에 들어옵니다.

아스팔트 위에서 번쩍입니다.


한 번이 아닙니다.

계속 보입니다.

지나갈 때마다 시선이 걸립니다.


어? 저건 뭐지.


뭐가 반짝이네.


가까이 다가가자 보이기 시작합니다.


금색 로고 미러 스티커,

은색 로고 미러 스티커,

그리고 반사 안전 스티커까지.


도로 위가 반짝였습니다.

한 대가 아니라 여러 대였습니다.

배달 라이더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퍼집니다.


예쁘다.


그렇게 빛나던 스티커가 계속 보입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어? 뭐야 저 핑크.


저거 아까 봤는데.


어? 여기도 있네?


아니… 아까 지나갔는데 저기도 있어.


같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골목에서도, 도로에서도, 신호 앞에서도 계속 보였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색. 핫핑크색 바람막이였습니다.


피크 시간이 되면 아스팔트 위가 핑크빛으로 물듭니다.


그 핑크 라이더의 정체는 박 사장의 회사였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함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선이 계속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저건 또 뭐야…


튀려고 저러는 거 아냐?


, 별짓 다 하네.


같은 길을 달리는 다른 라이더들의 시선이 마냥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눈에 띄는 만큼 눈엣가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시선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박 사장이 대표가 되기 전, 그가 속해 있던 회사의 대표는 가맹점과 기사들을 다른 대행사에 넘겨버렸습니다. 그 선택을 대부분은 따랐습니다. 하지만 박 사장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그는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 선택은 곧 갈등이 되었습니다.


상대 대행사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수없는 시비, 거짓 정보, 견제, 싸움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박 사장과 함께하는 라이더들은 단 한 번도 대응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기들의 길을 갔습니다.


타대행사 라이더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망할 거라고.

3개월도 못 갈 거라고.


조롱과 비난이 난무했습니다.


라이더가 부족한 상황에서도 박 사장은 사람을 가려서 받았습니다. 무조건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도 기준을 낮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미친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가맹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상대 대행사들은 박 사장을 까내렸고, 그 이야기를 들은 사장님들이 전해주면 박 사장은 그저 웃었습니다.


그리고 말합니다.


저는 안 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지킬 수 있는 약속만 드립니다.

저희는 아직 인력이 작습니다.

그래서 수용 가능한 범위의 가맹점만 받습니다.


사장님.

혹시 다른 이가 말한 그 거짓된 사실이 맞다고 생각하시고 불편하시면 옮기셔도 됩니다.


저희는 실력으로만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가맹점 사장님들은 느꼈습니다.

아, 다르구나.


무슨 상황에서든 그들은 달렸습니다.


그들이 핑크 라이더가 된 이유,

그 시작은 박 사장의 아내였습니다.


제대로 된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하는

박 사장을 보며 그녀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회사가 될 수 있을지.

처음에는 몸으로 뛰었습니다.


인력이 부족할 때면 차를 끌고 나와 장거리 배달을 하고 단체 배달을 맡았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직접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들.

손님들의 무례함.


도로 위에서 라이더를 바라보는 시선.

딸배라는 시선.


못 배워서 한다는 시선.

아무렇지 않게 던져지는 말들.


그리고 또 하나,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대행사 라이더들이었지만 슬리퍼와 정리되지 않은 복장.


그 모습들 또한 그녀에게는 불편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생각합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그녀는 무엇을 바꾸고 싶었던 걸까요.

사람을, 시선을, 아니면 이 직업을 향한 편견을.


그리고 결심합니다.

시선을 바꾸자고.


깔끔한 이미지, 통일된 복장, 누가 봐도 보기 좋은 색상. 그렇게 직접 디자인을 하고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박 사장의 철칙이 있었습니다.


우리 직업은 친절로 시작해서 친절로 끝난다.


그 말은 말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박 사장의 회사는 불법 튜닝을 허용하지 않는 회사였습니다.


불법 튜닝은 서로를 더 위험하게 만들고 도로 위에서 불필요한 소음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거칠게 울리는 머플러 소리, 박 사장은 그 소리를 몹시 싫어했습니다.


괜히 시선을 끌고, 괜히 오해를 만들고, 결국 그 시선은 다시 라이더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배달일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하고 싶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일 시키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박대표(박사장)가 직접 면접을 봤고, 박대표만의 고집과 기준이 있었습니다. 더워서 잠깐 헬멧을 벗고 가까운 거리라 다녀왔습니다.


그날은, 그 사람은 퇴사였습니다.


헬멧 끈을 조이지 않아도 경고였습니다.

슬리퍼는 보기에도 좋지 않았고 다치면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배달도 서비스 업이었습니다.

가맹점 사장님들께 인사를 하지 않거나 불친절하면

그것 역시 퇴사였습니다.


라이더들 사이에서는 특이한 회사였습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가맹점 사장님들이 그들을 보는 시선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고가의 안전 스티커들을 직접 제작했습니다. 그것을 무료로 나눠주었습니다.


그녀에게 그 스티커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는 부적 같은 것이었습니다.


스티커는 어디에서든 박 사장의 회사라는 것을 알게 했습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예쁨과 소속감 사이에서 그들은 서 있었습니다.


사실 모든 라이더들이 그렇게 눈에 띄는 것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모든 시선이 집중되기에, 그만큼 모든 행동이 더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속도도, 선택도, 순간의 판단까지도.


그것은 그들의 일이고 생계였지만, 때로는 아주 작은 차이 하나로 큰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 색은 부담이 아니라

더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가 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거는 기준이었습니다.


그리고 하나둘씩 디자인을 만들어갑니다.

단순한 복장이 아니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배달도 패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깔끔함과 통일성, 그것만으로도 시선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핑크색.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색은 전략적인 홍보효과도 얻게 됩니다.


인력이 부족했던 그들에게 같은 색으로 도로 위를 달리면 그 수가 두 배는 많아 보였습니다. 시선은 모였고 자연스럽게 홍보가 되었습니다.



이 동네에는 핑크 라이더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멀리서도 서로를 알아봅니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알아봅니다.


그리고 박사장이 핑크를입고

반갑게 핑크라이더를 보며 짧게 경례를 합니다.

같은 길을 달리는 사람들끼리의 인사였습니다.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이고

누군가는 손을 들어 보입니다.


그 짧은 순간이

이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줍니다.


그리고 조금씩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남자는 핑크지!

핑크는 사랑이지.


“디자인 진짜 사모님 최고다.”


오늘 배달 갔는데 손님이 그러더라. 너무 예쁘다고.


“어디 회사냐고 물어보던데?”


그 말을 하며 웃습니다.

그 웃음은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처음으로 조금은 자랑스러운 웃음이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도 생깁니다.


그날 이후 핑크는 그들의 색이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알게 됩니다.


그 어떤 것 없이도

존재감은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오늘도 그들은 핑크로 도로 위를 물들여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이제는

가게들이 핑크로 화사해지고 있었습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