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보안관 3
어떤 이의 이야기입니다. 2
평범한 결혼생활을 하던 한 여자.
하지만 그녀의 삶도
처음부터 평범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젊은 시절
사업 실패로 인해 큰 빚을 떠안게 됩니다.
저질러 놓은 빚을 갚기 위해
그녀는 투잡을 하며 살아갑니다.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가던 시간.
그러던 어느 날
한 남자를 만나게 됩니다.
그 남자는 성실한 사람이었습니다.
마트에서 슈퍼바이저로 일했고
점장을 맡기도 했습니다.
매장의 흐름을 읽는 사람이었습니다.
새벽이면 경매장을 다녔습니다.
좋은 물건을 한눈에 알아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질 좋은 물건을
흥정하는 데는 달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젊은 나이에 고소득이었습니다.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일을 잘했고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남자를 만나고
조금씩 안정을 찾습니다.
힘들었던 삶에도
햇빛 같은 시간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찾아옵니다.
많은 것들이 멈췄고
회사도 사람을 줄이기 시작합니다.
무리한 인원 감축.
그리고
그 남자는 자리를 내려놓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합니다.
“배달을 해볼까.”
아내는 강하게 반대합니다.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길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뉴스로도 사람들의 이야기로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남편은
고집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잠깐이야.”
“괜찮아.”
결국 아내는 이 말만 합니다.
“조심해.”
그 말은
허락이 아니라 기도였습니다.
그렇게
한 남자가 오토바이에 오릅니다.
일머리가 빠른 남자였습니다.
금방 익숙해집니다.
일도 빠르게 늘어갑니다.
역시 무슨 일이든 잘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금방 배워내는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남편이 말합니다.
“오늘은 50개 했어.”
며칠 뒤 또 말합니다.
“오늘은 60개.”
숫자는 점점 올라갑니다.
남편은어깨를 으쓱합니다.
그리고 웃으며 말합니다.
“뭐 먹고 싶어?”
“말만 해.”
그저 평범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참 행복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평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여자는 빨래를 합니다.
남편의 양말을 게다가
문득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매일 남편의 양말
한쪽에만 구멍이 나 있습니다.
늘 같은 쪽입니다.
여자는 그 이유를 나중에야 알게 됩니다.
배달이라는 일은
분과 초를 다루는 일이었습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거나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그 시간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늘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지 않도록 신발 한쪽을 끼워 두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양말은
늘 한쪽만 닳아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저 웃픈 얘기로 넘길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길지 않았습니다.
배달을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방금까지도 내게 연락하던 남편.
그런데
남편은 오토바이를 타고 하늘로 갔습니다.
전화 한 통.
그 한 통의 전화로 세상이 멈춰버립니다.
그녀는 한동안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왜
이건 아니야
라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늘이 둘의 사랑을 질투한 것일까요.
그녀는
자신의 전부를 잃습니다.
남편을 죽게 만든 운전자에 대한 분노.
그리고 견딜 수 없는 상실감.
그 감정을
그녀는 어떻게 버텨야 했을까요.
죽고 싶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붙잡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녀의 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시댁 식구들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녀를 혼자 두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합니다.
죽고 싶지만 아직은 죽을 수 없다고.
나를 살려준 이 사람들을 위해
아직은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이 여자는
남편이 하던 일로 뛰어듭니다.
무슨 이유였을까요?
여자의 몸으로 그 길에 오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고객들의 안 좋은 시선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라이더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습니다.
남편도 죽었는데 독하네.
그들은 그녀의 남편이 어떻게 떠났는지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남편을 앗아간 그 일.
그 일 속으로 그녀는 스스로 들어갔습니다.
그 결정이 그녀에게 쉬운 선택이었을까요.
누군가가 그 선택을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었을까요.
어떤 마음으로 오른 오토바이였는데
세상은 그 시선으로
그 여자에게 질타해야 했던 걸까요.
새벽이 되면
그녀는 집을 나섭니다.
오토바이에 오르기 전
혼잣말처럼 말합니다.
“여보.”
“오늘도 나 잘 다녀올게.”
“파이팅.”
그리고
그녀는
오늘도 달립니다.
남편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