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오토바이에 올랐을까

우리 동네 보안관 2

by 신비

어떤 이의 이야기입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집에 보탬이 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어린 시절을 그저 돈을 벌며

살아온 한 남자가 있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망하면서
집안 형편은 빠르게 어려워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돈의 무게를 먼저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방황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가난이 싫었습니다.

매일 싸우는 부모님이 보기 싫었습니다.


아버지는
매일 술과 여자를 일삼았습니다.


그리고 폭력적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죽도록 때렸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차라리 아버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죽을 만큼 가난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현실에서 유일하게 벗어날 수 있는 순간.


라이딩하는 순간.

달리는 순간.

폭주를 뛰며 심장이 뛰던

그런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현실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일을 했습니다.


친구들이 공부할 때
친구들이 놀 때
그는 일을 했습니다.


그들과 똑같은 것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 일한 끝에
자신에게 작은 보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정말 갖고 싶었던 물건,
친구들보다 조금 더 좋은 운동화.


힘든 상황 속에서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성인이 된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투잡, 쓰리잡.

일이 끝나면 또 다른 일을 하러 갔고
잠을 줄이며 하루를 버텨냈습니다.


참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잠을 아껴가며
자기 자신을 조금씩 내려놓으면서
묵묵히 살아왔습니다.


그렇게 살아온 시간 속에서
그에게도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꿈을 이루어 내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셰프.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버텨온 삶 끝에
드디어 안정된 자리를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던 어느 날


한 여자를 만나게 됩니다.

예쁘게 말하는 여자였습니다.


잘못한 것을 알게 해주는

여자였습니다.


그냥 이 여자라면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여자는 죽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반복하던 나를 다시
살고 싶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그 여자를 웃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부정적이던 나에게

‘감사’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사람이었습니다.


운명처럼 서로에게 이끌렸고
두 사람은 함께하기로 합니다.


친구도 지금까지의 모든 것들도

내려놓은 채 그 여자의 연고지로

향하게 됩니다.


평범하지만 행복한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그에게도

평범한 행복이 찾아온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이 남자에게

그 사랑은 욕심이었을까요.


아니면 넘치게 과분했던 걸까요.


하늘은 또 한 번

이 남자를 시험합니다.


아이를 낳는 수술 과정에서

상황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수술 중에 상태가 위험해져서

더 큰 병원으로 급하게 옮겨집니다.


수술 과정에서

방광에 손상이 생겼습니다.


결국

요관 스텐트를 삽입하는 수술까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내의 방광은

제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수는 말합니다.

지금 상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 같다고.


난소 제거와 자궁 적출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이를 낳으러 간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교수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아이를 낳으러 간 것뿐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그 이후에도


아내의 몸을

몇 번이나 칼을 대어 수술했는지

이제는 기억조차 흐려졌습니다.


과다출혈.

수십 팩의 수혈.


의사는 말했습니다.


지금 살아있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그렇게

겨우 생명을 붙잡은 뒤 이어진 조직검사 결과.


암.




이미


지하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더 내려갈 곳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하는

어디까지인 걸까요.


그리고 내려진 판정.


시한부.


그런데 아내는 울지도 않습니다.

웃지도 않습니다.


그런 담담한 아내가 더 슬퍼집니다.


이 모든 일이

다 제 탓인 것 같습니다.


제가 아니었다면

아내가 이런 일을 겪었을까요.


저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요.


이렇게

아내를 보낼 수 없습니다.


교수가 하는 말은 믿을 수 없습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습니다.


미안한 것이 너무 많은 사람입니다.


해주고 싶은 것은 너무 많은데

아직 해준 것도 없습니다.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녀가 시한부라니요.


살 수 있습니다.


아니


살아야 합니다.

아니


살릴 겁니다.


살려주세요.


그의 삶은

그날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일이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오랜 시간 병원에서 그녀를 간호합니다.


수없는 항암.

끝이 보이지 않는 치료.


그 이후

병원과 집을 끝없이 반복해야 했습니다.


병원을 오가야 했고

아내 곁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조금만 상태가 이상해도

곧바로 병원으로 가야 했습니다.


그녀 곁을 비울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간병만으로 버틸 수 없었습니다.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녀를 지켜야 했기 때문입니다.


책임감이 필요한 셰프로서의 직업은

더 이상 그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결국

칼을 내려놓습니다.


그때는 코로나였습니다.


사람을 줄이고 있었고

일자리를 찾기도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에 묶여 있는

직장에서 일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오토바이에 오릅니다.


아내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그 이유 하나였습니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