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꿈마차 7
오늘은 왠지 달콤한 것보다
씁쓸한 것이 더 어울리는 밤입니다.
신비는 따뜻한 히비스커스차를 한 모금 마십니다.
입안에 남는 붉은 향이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마음 항아리 앞에 섭니다.
밤은 고요합니다.
마차 위로 희미한 달빛이 내려앉고 항아리 속 보석들은 숨을 죽인 듯 조용히 빛나고 있습니다.
신비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넣습니다.
오늘 선택된 보석은 짙은 붉은빛을 띠고 있습니다.
빛이 고르게 퍼지지 못한 채 안쪽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어딘가 검게 가라앉은 부분과
희미하게 남아 있는 빛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완전히 식지 못한 마음,
눌러 담았던 감정,
늦게 올라오는 흔적.
그 보석은 뒤늦게 올라오는 감정의 보석입니다.
신비는 그 보석을 연료함에 넣습니다.
마차의 등불이 천천히 붉어집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고요한 밤길을 두드립니다.
꿈마차는 마음 정류소를 향해 천천히 달립니다.
정류장에는 한 남자가 서 있습니다.
화를 내고 있는 얼굴도, 울고 있는 얼굴도 아닙니다. 지친 얼굴로.
그저 무언가를 참고 있는 사람의 얼굴입니다.
입을 다문 채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신비가 조용히 묻습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남자는 그윽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천천히 마차에 올라탑니다.
마차 안에는 따뜻한 등불이 켜집니다.
신비가 말합니다.
“여기에서는
어떤 말이든, 하셔도 됩니다.”
남자는 한참을 말하지 못하다가
겨우 입을 엽니다.
“저는 술을 마시면 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A형입니다.
평소에는 다 담아두고 괜찮은 척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아니면 어릴 때 술만 먹으면 엄마를 괴롭히고 저를 때리던 아버지 때문일까요,
아니면 철없던 시절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친구들과 마시면서 배워서 그런 걸까요… 뭐가 잘못된 걸까요.”
“저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합니다. 항상 누군가를 맞춰야 하고,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신경 써야 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더 담아두는 것 같습니다. 참고, 쌓아두고, 괜찮은 척합니다.”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만 기분이 틀어지면 평소에는 그냥 넘길 수 있는 것들도 그때는 넘기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걸 다른 사람들 앞에서 아내에게 쏟아냅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합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제가 사랑꾼인 줄 압니다.”
“그런데 술만 먹으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됩니다. 물론, 매일 그런 건 아닙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술을 마신 날은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기억이 없습니다.”
“다음 날 아내가 말해주면 그제서야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됩니다.”
상상도 못 할 욕을 합니다.
사람이 할 수 없는 말을 합니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아내가 저를 처음에는 매우 무서워합니다.
“참다가 아내가 울면서 제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제발… 그만해. 그 말을 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가볍게 한 잔만 하려고 했던 술도 마시다 보면 어느 순간, 술은 나쁜 거니까 제가 다 마셔서 없애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계속 마십니다.”
“처음에는 빌었습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술도 끊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점점 더 심해집니다. 그리고 뻔뻔해집니다. 같이 술을 먹다가도 아내를 버리고 혼자 가버립니다.”
“다음 날이 되면 아내가 얼마나 울었는지도 저는 모릅니다…”
남자는 눈을 감습니다.
“제 안에는 많은 인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모르는 사람이 나옵니다. 그 사람은 제가 아닙니다.
“치료를 받아야 하나, 정신에 문제가 있는 건가, 수없이 생각했습니다…”
“근데 저는 아내를 정말 사랑합니다. 평소에는 나쁜 감정이 없습니다…”
“…근데 왜 아내한테 그렇게 하는 걸까요?”
점점 지쳐가는 아내, 멈추지 못하는 저. 저 자신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마차 안이 완전히 조용해집니다.
신비는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합니다.
“다른 인격이 아닙니다.
당신은 같은 사람입니다.”
“술은 없던 것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미 있던 것을 꺼낼 뿐입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시간도 당신입니다.”
“그 모습도 당신입니다. 당신은 자신을 포장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핑계를 쓰고 계십니까.”
“A형이라서입니까.
어린 시절 아버지 때문입니까.
친구들 때문입니까.
일하는 스트레스 때문입니까.
이유는 많습니다.”
“당신은 아내를 괴롭힌 사람입니다.
핑계는 결과를 바꾸지 못합니다.
설명은 상처를 지우지 못합니다.”
“취했으니까라는 말로 자신을 이해시키려 했을 겁니다.”
“힘들고, 외롭고, 속상하고 그래서 당신도 안타까운 사람입니다.”
짧은 정적.
“하지만 그것은 단 한 번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당신은 이제 예전처럼 외로운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 곁에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담아두지 마십시오. 어떤 표현이든 해보셔야 합니다.”
“상처를 핑계로 삼는 순간, 그 상처는 다른 사람을 향합니다. 지금 당신의 상처는 아내를 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다.”
“시한폭탄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마차 안이 숨조차 쉬기 어려워집니다.
“당신은 술을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자신을 망가뜨리고, 아내를 무너뜨린 사람입니다.”
“술 때문에 망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술을 핑계로 사람을 망가뜨린 사람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당신은 멈추지 않은 사람입니다.”
정적.
“저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신비는 짧게 말합니다.
“멈추십시오. 한 번이 아니라 매번. 참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십시오.”
“당신은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핑계가 아니라 선택만 남았습니다.”
마차가 천천히 멈춥니다.
남자는 고개를 깊이 숙입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마차에서 내립니다.
걸음은 무겁지만
이번에는 핑계가 없었습니다.
신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합니다.
“사람은 말이 아니라 반복으로 증명됩니다.”
“상처는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면죄부가 되지는 않습니다.”
또각, 또각.
꿈마차는 어둠을 향해
조용히 달립니다.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