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거울 15
왜 어떤 사람은
끝내 타이밍이 맞지 않을까.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다.
사람이 나쁜 것도 아니고
서로 싫어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 관계는 자꾸 어긋날까.
분명히 같이 있으면 편한 순간도 있고
대화도 나쁘지 않고 웃는 시간도 있다.
그래서 더 이상하다.
부족한 게 없어 보이는데
딱 맞는 느낌은 없다.
조금씩 늦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가 말하고 싶을 때는
상대가 듣고 싶어 하지 않고,
상대가 다가올 때는
나는 이미 한 발 물러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타이밍을 맞추려고 애쓴다.
조금 더 기다리고
조금 더 이해하고
조금 더 맞춰본다.
그게 노력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노력할수록 더 어긋난다.
관계가 깊어지는 게 아니라
계속 맞추고 있다는 느낌만 남는다.
그 순간 이상한 피로가 생긴다.
좋아서 이어가는 관계가 아니라
놓치기 싫어서 버티는 관계.
그때 알게 된다.
이건 노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애초에 타이밍이 어긋난 관계라는 걸.
그래서 더 아깝다.
사람이 나쁜 것도 아니고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저
서로의 시간이 조금씩 엇갈려 있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걸 더 붙잡으려고 한다.
“조금만 더 맞춰보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아니어도 나중에는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가능성을 붙잡는다.
그런데 그 가능성에는 항상 공통점이 있다.
지금이 아니라 나중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더 힘들다.
포기하기엔 감정이 남아 있고
계속하기엔 계속 어긋난다.
그래서 우리는 이 관계를 끊지도 못하고
제대로 이어가지도 못한 채 그 사이에 머문다.
이 상태가 가장 오래간다.
이건 사랑도 아니고 이별도 아니다.
그냥 어긋난 채 유지되는 관계다.
그래서 더 지친다.
어긋난 타이밍은 노력으로 메워지지 않는다.
끝난 관계는 정리라도 되지만
끝나지 못한 관계는, 계속 마음을 붙잡아 둔다.
그래서 사람을 더 오래 붙잡는다.
그래서 이제는 조금 다르게 보려고 한다.
이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보다
이 관계가 지금 맞는 관계인지.
노력으로 이어지는 관계인지
아니면 계속 맞춰야만 유지되는 관계인지.
그걸 먼저 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관계는 노력으로 이어지지만, 타이밍으로 완성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지금이 아니라면 결국은 머물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타이밍이 틀리면 오래 머물 수 없다.
좋은 관계는 애쓰지 않아도 맞고,
맞지 않는 관계는 계속 애써야 한다.
우리는 서로를 몰라서가 아니라,
맞지 않아서 멀어졌다.
관계는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타이밍에서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