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이 스며든 날의 보석

달리는 꿈마차 9

by 신비

오늘은 유난히 공기가 부드러운 밤입니다.
바람은 세지 않고, 차갑지도 않습니다.


신비는 따뜻한 고구마라떼를 한 모금 마십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온기가 입안에 천천히 퍼집니다.


급하게 사라지지 않고,
조용히 머물다가 부드럽게 내려앉습니다.
그 온기가 가슴까지 닿습니다.


신비는 잔을 내려놓고 마음 항아리 앞에 섭니다.

달빛은 흐르듯 내려앉고, 항아리 속 보석들은
조용히 숨을 쉬듯 빛나고 있습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빛입니다.
신비는 한참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넣습니다.

오늘 선택된 보석은 작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손에 쥐는 순간 따뜻합니다.
차갑지 않고, 부드럽고, 맑은 온기가 느껴집니다.


그 보석은
기쁨이 스며든 날의 보석,
맑게 빛나는 노란 보석입니다.


신비는 그 보석을 연료함에 넣습니다.
등불이 아주 부드럽게 켜집니다.

눈부시지 않지만 충분히 밝은 빛이
조용히 퍼집니다.


또각, 또각.


말굽 소리가 오늘은 조금 더 가볍게 울립니다.
마음 정류장에는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그는 가만히 서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조용히 숨을 쉽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그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마차에 올라탑니다.
움직임이 천천히 이어집니다.
조용한 시간이 흐릅니다.

신비가 묻습니다.


여기에서는, 어떤 말이든, 하셔도 됩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말합니다.


요즘은 살맛이 납니다.”


짧은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은 가볍지 않습니다.
마차 안 공기가 조용히 따뜻해집니다.

그는 천천히 말을 이어갑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빛이 들어옵니다.

그게 좋습니다


“그냥 눈을 뜰 수 있어서 좋습니다.”

숨을 고릅니다.


“밖에 나가면 바람이 붑니다
그게 좋습니다. 햇빛이 닿으면 그게 따뜻해서 좋습니다.


시선이 부드럽게 풀립니다.


“밥을 먹으면 맛이 느껴집니다. 그게 너무 좋습니다. 물을 마시면 시원합니다…”


“…그게 좋습니다…”


작게 웃습니다.


“어디를 가도 무엇을 봐도 다 새롭고 다 아름답습니다.”


마차 안이 따뜻하게 채워집니다.
그는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낮게 말합니다.


전에는 이게 당연한 줄 알고 행복이라고 느끼지 못했어요.


짧은 정적.


…저는 큰 병을 앓았었습니다. 암이라는.


공기가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오래 아팠습니다.

그때는 하루가 버티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하루만 넘기자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숨이 천천히 길어집니다.


아침이 오는 게 무서웠고 눈을 뜨는 게 힘들었던 날도 많았습니다.”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듭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너무 좋습니다.



이게 이렇게 큰 건지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 행복이 달아날까 겁이 납니다.


마차 안 공기가 조용히 퍼집니다.
설명할 필요 없는 온기입니다.


신비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의 말을 끝까지 듣습니다.

중간에 끊지 않습니다.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을

조용히 함께 바라보듯 가만히 머뭅니다.





살맛이 난다는 말…


신비가 아주 낮게 입을 엽니다.



쉽게 나오는 말이 아니지요…


잠시 그를 바라봅니다.



그 말을 하시기까지

꽤 오래 걸리셨을 겁니다.


마차 안이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아침이 무서웠던 날도 있었고

하루를 버텨내던 시간도 있었고,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겠지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숨이 아주 조금 느려집니다.

신비는 천천히 이어갑니다.



그래서 지금 아무 일 없는 하루가

더 크게 느껴지시는 겁니다.



사람은

잃어본 뒤에야 그 크기를 정확히 알게 됩니다.


잠시 멈춥니다.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신 겁니다.



그래서 지금 느끼시는 이 기쁨은 새로 생긴 것이 아니라 되돌아온 감정입니다.

다만 알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마차 안 공기가 부드럽게 퍼집니다.

신비는 조용히 덧붙입니다.



행복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이미 느끼고 있으면서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감정입니다.

사람은 늘 눈에 보이고 잡히는 행복 이어야만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사람은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하다는 걸 모른 채 지나갑니다.


그리고 지나간 뒤에야 그게

행복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잠시 멈춥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그걸 지나치지 않고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사람입니다.



신비의 시선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아픔은 사람을 무너뜨리기도 하지만 무엇이 소중한지 끝까지 남깁니다.


그래서

지금의 당신은 잃은 사람이 아니라 알게 된 사람입니다.


정적.


그리고 그건 이미 충분히

잘 살아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은 살아서 행복한 게 아니라, 느끼는 순간 행복해집니다.

살맛이 난다는 말은, 이미 다시 살아낸 사람의 말입니다.


신비는 아주 천천히 말을 잇습니다.


기쁨은 크게 오지 않습니다.

이렇게 조용히 머뭅니다. 그래서 놓치기 쉽지만 알아차린 순간 사라지지 않습니다.


잠시 멈춥니다.


억지로 붙잡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당신 안에 그 행복은 자리 잡았으니까요.


조금 더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사람은

다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이미 많이 지나온 사람입니다.


그러니

지금처럼 그대로 느끼셔도 됩니다.”


그 감정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맞습니다. 요즘은 그냥 살아서 좋습니다.



신비는 마지막으로

아주 조용히 덧붙입니다.


“지금 이 순간을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


마차 안이 조용히 따뜻해집니다.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온기,

붙잡지 않아도 되는 감정이 천천히 퍼집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습니다.


불안하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을 느낍니다.


잠시 후,

그는 천천히 일어납니다.


이 감정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마차가 조용히 멈춥니다.

그는 내립니다.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조용하지만 확실합니다.


신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합니다.


아무 일 없는 하루는

가장 평범한 날이 아니라,

가장 무사한 날입니다.


기쁨은 멀리서 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곁에 머물러 있는 감정입니다.


살아있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이 괜찮았다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한 하루입니다.


그리고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또각, 또각.


밤마차는

아무 말 없이 따뜻한 빛을 남긴 채

어둠 속을 천천히 달립니다.



오늘도 꿈마차는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을 태웁니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