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꿈마차 10
차갑던 밤공기도 조금은 부드러워진 밤입니다.
신비는 따뜻한 카모마일 티를 한 모금 마십니다.
은은한 향이 퍼집니다. 잔을 내려놓습니다.
오늘도 마음 항아리 앞에 섭니다.
오늘 보석은빛이 고르지 않습니다.
계속 흔들립니다.
잡히지 않는 감정입니다.
신비는 손을 넣습니다.
손에 닿는 순간. 숨이 막힙니다.
무섭습니다.
혼자가 아닌데 혼자인 느낌입니다.
그 보석은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마음의 보석,
흔들리며 빛나는 연한 분홍빛 보석입니다.
또각, 또각.
마음 정류장에는
한 여자가 서 있습니다.
서 있는데 서 있지 못합니다.
손을 배 위에 올렸다가 내립니다.
다시 올립니다. 계속 반복합니다.
시선이 계속 흔들립니다.
“꿈마차에 탑승하시겠습니까.”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합니다.
입을 열었다가 닫습니다.
그리고 겨우 말합니다.
“네.”
마차에 올라탑니다.
앉자마자 말합니다.
“저희는 결혼 5년차 부부입니다.
아이 없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이서 여행 다니고, 좋아하는 거 하면서,
이렇게만 살아도 괜찮겠다고
늘 그렇게 말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저희 부부 인생이 제일 소중하니까요.
그래서 아이를 계획에 두지 않았습니다.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지금의 삶을 더 쌓아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피임도 제대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근데 계속 속이 안 좋고, 소화도 안 되고,
이상해서 혹시 몰라 병원을 갔는데
임신이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머리가 멈췄습니다.
놀란 건지, 무서운 건지 아무것도
정리가 안 됐습니다.
저는 아이가 필요할 때 준비해서 자격을 갖춘 후
원할 때 갖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았고
어떻게 키울지, 어떤 환경에서 키울지
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계획에 없던 임신이 되어버린 겁니다.”
정적.
저희 부부는 아이를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더 당황스럽습니다.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남편은 기뻐하지도 않았고
슬퍼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담담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건 당신 선택에 맡기겠다고 했습니다.
그게 더 무섭습니다.
같이 결정하는 게 아니라 제가 결정해야 하는 것 같아서 이 선택을 제가 책임져야 할 것 같아서
잘못되면 다 제 선택이 될 것 같아서.
숨이 조금 거칠어집니다.
지금 제가 제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자리까지 오려고 계속 버텨왔고
여기까지 겨우 왔는데 이걸 지금 멈춰야 하는 건지
다 포기해야 하는 건지 그게 제일 무섭습니다.
돈도 문제지만 그것보다 제가 쌓아온 걸
제가 내려놔야 한다는 게 너무 무섭습니다.
아이를 선택을 하면 제 인생이 완전히 바뀌는 건데
그걸 제가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후회하면
그 아이를 제가 어떻게 보죠?
그 아이는
저를 원망하지 않을까요?
좋은 엄마는 될 수 있을까요?
아니
저 엄마가 될 수는 있는 걸까요?
마차 안이 완전히 조용해집니다.
신비는 바로 말하지 않습니다.
그녀를 잠시 바라봅니다.
좋은 엄마가 될지
아니면 그렇지 않을지.
그건
본인의 몫입니다.
자격 또한
누군가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남편분은 이 상황을 떠미는 걸까요.
아니면 당신이 쌓아온 것들을 후회할까 봐,
존중하는 걸까요?”
정적.
“모르겠습니다.
결혼 초에 아이 없이 둘만 행복하자고 늘 말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마차 안이
조용히 내려앉습니다.
신비는 짧게 숨을 고르고 말합니다.
아이는 혼자 가지는 게 아닙니다.
책임도 혼자 지는 게 아닙니다.
두 사람이 함께 감당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걸 어느 한쪽에게 맡기는 순간
그건 선택이 아니라 떠넘김이 됩니다.
정적.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수백 번, 수천 번 기도하면서 간절하게 기다리는 그런 생명이기도 합니다.”
잠시 멈춥니다.
“그래서 더 가볍게 다룰 수 없는 문제입니다.”
마차 안 공기가 조용히 단단해집니다.
“이건 감정으로 밀어붙일 문제도 아니고
피하고 넘길 문제도 아닙니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선택은 누군가에게 미루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 책임지는 결정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떤 결과가 오더라도 한 사람만 무너지지 않습니다.”
잠시 멈춥니다.
“그리고 모든 부부가 완벽한 상태에서 아이를 맞이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모두 처음입니다.
그리고 부부 생활 기간 중 저는 5년이라는 시간을 작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시간 동안 당신이 쌓아온 것 또한
가벼운 것이 아닙니다.”
잠시 멈춥니다.
“나중에 필요할 때 갖자. 그 말은 그때 아이가
반드시 찾아와 준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정적.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은 두 분이 사랑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상적인 가정 안에서 두 분을 찾아온 하나의 생명입니다.”
마차 안이 조용히 가라앉습니다.
신비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봅니다.
“저는 고민을 해결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건 누군가가 대신 답을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잠시 멈춥니다.
“하나를 잃어야 하나를 얻는다면 어떤 것이 당신에게 더 후회가 없을지 그걸 선택하셔야 합니다.”
정적.
“그리고 어떤 선택이든 그것 또한 당신의 선택이고 그것 또한 당신의 인생이니까요.”
마차가 천천히 멈춥니다.
그녀는 오래 앉아 있다가
천천히 말합니다.
“깊이 고민해 보겠습니다.
어떤 것이 저를 위한 선택인지…”
그녀는 내립니다.
여전히 가볍지 않습니다.
신비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합니다.
누구에게는
수없이 기도하며 기다리는 가장 큰 축복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상황 속에서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같은 생명인데 놓인 자리로 무게가 달라집니다.
순간의 실수로,
혹은 누군가의 이기심과 책임 회피로,
지구별의 빛조차
보지 못하는 천사들이 없기를.
또각, 또각.
꿈마차는 어둠 속으로 천천히 달려갑니다.
“꿈마차는 잠들지 못한 사람들을 태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