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길을 잃었어요

by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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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길을 잃었어요는 손자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통암기한 그림책이다. 아이는 밤이 되어 방불을 끄면 자기 싫은 마음에 책을 읽어달라고 했다. 매일밤 같은 책을 읽어달라고 졸랐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새로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좋아아하는 책을 가지고 와서 매일 아침 소개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것이 있으면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이 어린이에게도 있구나.
오늘 손자는 친구들 앞에서 책표지를 보여주면서 '엄마가 길을 잃었어요'라고 하겠지?
그리고는 책읽는 도중에 주인공의 이름을 외치겠지.
마테오~ 마테오~하고
우리 엄마가 길을 잃었나봐요. 라고
아이러니 하게도 손자의 엄마는 지금 길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손자는 상대가 길을 잃으면 그 자리에 서있어야 한다는 것. 길을 찾아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걸까?
그렇다. 세상에 태어나서 5년 6개월 동안 그가 깨달은 건 엄마가 남자친구와 헤어져 방황을 하고 카드 대금이 연체가 되어 방황하는 동안 그냥 그 자리에서 엄마가 길을 찾고 돌아오기를 기다려주는 일이었다. 조카딸은 이제 스물하고도 넷. 그녀가 돌아왔다. 다시 엄마가 돌아와서 어린 것의 손을 잡고 치킨도 사주고 함께 게임도 하고 놀아주기까지 한다. 그것이 주 2회라 해도, 주 1회라 해도 손자와 나는 마냥 기쁘기만 하다. 그렇게 우리는 어른이 되는 것이다.. 오늘은 경의선 책거리에서 책방지킴이를 하는 내 대신 조카딸이 퇴근후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갈 것이다. 아이는 젊고 예쁜 엄마의 손을 잡고 신나게 문을 나설 것이다. 지나가는 모든 어른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하며 폴짝폴짝 뛸 것이다. 조카딸은 아들 대신 '엄마가 길을 잃었어요'라는 그림책을 들어주겠지. 손을 잡은 그들의 뒷모습만 봐도 엄마와 아이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누구나 짐작하리라. 집으로 와서 그 작은 손을 씻겨주고 저녁을 먹이고 강아지와 노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조카딸의 눈에는 눈물이 핑돌겠지. 그리고 어떤 격한 감정 때문에 강아지와 아이를 꼭 안아주리라. 갑자기 안긴 아이와 강아지는 조카딸의 볼에 뽀뽀를 해주면 좋겠다. 돌아 온 엄마를 듬뿍 사랑해주고 반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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