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친구 H로부터 온 편지

by 이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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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았던 꼬마친구는 소녀에서 숙녀로, 숙녀에서 대화를 할 수 있는 성인으로 자라면서 나에게 많은 기쁨을 주었다. 오늘 그녀가 내게 보낸 편지를 기록해야지.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이의 글은 대체로 드라이하다. 나는 그 건조함 속에 0.01%의 습도를 감지하고 그것이 H2O로 환원되어 가슴에 번지는 속도, 감정의 파급 효과를 떠올리며 혼자 부르르 떤다. 모두가 잠든 밤에도 깨어있어야 할 그녀, 더위와 추위와 싸워야 할 그녀, 절약이 몸에 배어서 인생 전체를 지배하게 될 그녀, 때로는 가진 게 없어서 늘 새로 시작할 수 있을 그녀에게 즐겨 입던 원피스를 물려주었다. 언제나 아줌마가 함께할 거야. 이것이 내가 누군가를 응원하는 방식이다. 입은 옷 벗어주기!

* * *

네! 저도 엄마께 들었어요.
이렇게 좋은 글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주머니와 보낸 완전한 하루 아닌 반나절은 참 좋았어요.
저는 제가 너무 온실 속 화초로 자란 것은 아닌가 하고 되돌아 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명이를 보살피시고, 뽀삐도 있고. 모두 온정이 필요한 존재에게 아주머니께서는 온 힘을 다해 그 정을 쏟고 있는 것 같았어요. 솔직하게 모든 것들이 힘들고, 내려놓고 싶은 짐으로 생각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가장 최선을 다해 맞이하고 있는 아주머니의 삶의 태도에 저는 스스로를 다시 되돌아 보곤 했습니다.

일곱 살 정명이에게 제가 어떤 사람으로 비추어졌을지는 모르겠지만 잠깐의 시간이였더라도, 좋았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귀여운 뽀삐에겐 제가 등붙이고 잘 수 있었던 사람으로 남았길. 그리고 무엇보다도 몽당연필 아주머니껜 프랑스로 가는 용기있는 친구로 남았길 바라요.

건강히 잘 다녀오겠습니다. 제게 이렇게 타지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프랑스에서 제 나름의 목표를 성공하던, 실패하던 많이 배우고 오겠습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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