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에서 온 편지

by 이은주


9월의 리옹에서 꼬마 친구 H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늦가을 장마에 끝없이 펼쳐진 양배추밭을 지나서 폐가에 가까운 2층 다다미방을 기숙사라고 안내받은 그날 난 엄마가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솜틀집에서 새로 튼 이부자리를, 스무살이 넘은 딸에게 이부자리 커버를 톰과제리 프린트로 준비해준 이부자리를 3단 이민가방에서 꺼내며 감사했었던가 안 했었던가.. 10월의 호야 기숙사는 사무치게 추웠고 낡은 가옥에서는 덧문을 두드리는 빗소리가 가슴에 파고들어 오래 뒤척였던 기억을 꼬마 친구 H가 리옹 소식을 통해 불러들인다. 지난 추억은 잘 떠올리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내가. 가을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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