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같은 하루

by 이은주

오늘은 또 어떻게 뮤즈를 웃겨드리나 궁리를 하다가 나는 양손마비 뮤즈의 몸을 씻겨드리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 이 옷은 버려야겠어요. 이모가 가끔 옷을 얻어다주는데 겨드랑이 째는 것 좀 보세요. 아마 중학생이 입던 옷인가봐요. 색이 고와서 입고 왔더니 움직일 때마다 팔뚝이 당기네요. 지난번에는 칠십세 할머니 바지를 얻어다주셨는데 저는 얻어다 주면 다 입으니까 그 바지도 입어보니 커도 너무 큰 거예요.

이때 뮤즈의 웃음이 터졌다.
입을 크게 벌리시고 하늘을 향해 턱을 드시더니 소리를 내어 웃으시는데 어깨까지 올라갔다 내려온다.
오늘도 뮤즈는 호탕하게 실눈을 뜨고 웃고 뮤즈의 몸에 변화는 없는지, 비눗물이 귓속까지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살피던 나도 거품나는 샤워 타월을 들고 웃는다.
선물 같은 하루. 일일 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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