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

by 이은주


2017년 5월 21일
#부고
2017년 5월 21일 오전 3시
어르신께서 향년 76세를 일기로 별세 하셨습니다
형편상 빈소는 준비하지 않았고
발인은 월요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고에 대한 답글
일요일 아침 나의 뮤즈가 하늘나라로 가심을 감사드립니다. 평안과 사랑 속에 그녀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겠습니다.
* * *

119에 뮤즈를 실려 보내던 새벽에 다시 재회하지 못 하리라는 예감을 뒤로한 채 문단속을 했던 기억. 대장암 말기. 3개월이었던 예상 수명이 5개월 접어들던 때였다. 나는 죽음의식이 아프리카의 어느 원주민처럼 '오늘은 기쁜 날'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녀가 119를 불러달라던 주에 하루 대여섯 번씩 검은 흔적을 치웠다. 항문이 열려있었고 시간표를 보던 난 어쩌면 내가 그녀를 마지막으로 돌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기저귀 가는 일이 애틋했다. 그날 밤 나는 작별의 키스를 해드렸던가. 그녀가 체념하듯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 기저귀 갈 던 내 손끝은 따뜻하고 배려로 가득찼던가. 답은 없다. 다음 뮤즈를 떠나보낼 때는 좀더 정중하고 신속하며 사려 깊을 수 있어야 한다. 나는 프로가 되어야 하니까. 결국 나의 뮤즈들은 같은 길을 걷는 길동무여야 하니까. 죽음이 축제 같았으면 좋겠다. 나는 건강하다.

5월 26일

1. 애도의 시간. 사고무친. 떠나간 뮤즈의 옷가지를 정리하는 일도 나의 시간표와 맞았다. 옷가지를 정리하면서 뮤즈의 흰 속치마를 챙겼다.. 그녀가 이십 년쯤 입었을 낡은 속치마를 왜 챙겨온 걸까. 모르겠다.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에서 나오는 소시민처럼 그저 난 속치마 하나를 고인의 옷가지에서 취했을 뿐. 그녀가 그 속치마를 차려입고 세례를 받았을지, 슈퍼에 가서 장을 봐왔을지 나는 모른다. 오늘 가스렌지에 낡은 프라이팬을 놓고 뮤즈가 남긴 사진 석 장을 태웠다. 사진을 태우면서 내가 가면, 남겨질 앨범과 책들 생각에 누군가 고생 좀 하겠는걸.. 하고 입맛을 다셨다. 뮤즈와 나의 짧은 인연이 프라이팬에서 3분 만에 산화되는 것을 바라보다 늦은 아침을 먹는다.

2. 아파트에 버려진 의자를 들고 언덕에 올라 해지는 풍경을 보았다. 사회복지사 실습생이 오면 앉을 의자가 부족해서 버려진 의자를 들고 20분 거리를 쉬엄쉬엄 40분 걸려 야근출근. 하늘을 배경으로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가지의 유희가 눈앞에 아른거려서 뮤즈들 보초를 서며 그리다. 친구의 생일 축하 편지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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