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 마비 뮤즈에게 하루 한번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하건만 오늘은 쉽지 않았다. 문제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온 '산정특례' 적용 종료를 알리는 서류를 받고 연장 신청을 하러 모시고 간 병원에서부터였다. 담당의사를 찾아갔더니 '아널드 키아리 증후군과 척수 공동증'으로 장기요양보험 신청 시 의사 소견서를 써준 곳이니 뇌수술을 받으신 곳으로 가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조현병을 앓고 있는 뮤즈는 한번 조급증이 생기면 그 일이 해결될 때까지 나를 조르고는 하는데 가볍게 생각하고 갔던 병원에서 해결이 안 나자 몹시 우울해했다. 그 좋아하던 목욕도 싫다, 밥도 먹기 싫다, 멍하니 어두운 방에 앉아계신다. 병원 이야기를 조합해보면 40년 전부터 앓고 있던 병으로 2015년 수술 후 그만 양손 마비가 왔다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기 직전 여의도 성모병원에 뮤즈의 뇌수술을 담당하는 주치의 예약이 잡히자 뮤즈는 그제야 안심하는 듯했다. 마비된 손을 마사지해 드리면서 내가 말한다.
우리가 겨울에 만났지요? 몰라. 우리가 처음 만난 날이 12월 18일이니까 케이크를 사다 기념할까요? 엉뚱한 이야기에 단련된 뮤즈의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걷힌다. 이때다 싶어 좀 더 나아간다. 짜장면도 시킬까요? 뮤즈가 웃으며 대꾸한다. 아니, 난 짜장면도 싫고 케이크도 싫어. 그렇다. 뮤즈는 아이스크림 이외에는 좋아하는 게 별로 없다. 그럼 제가 아주 비싼 아이스크림 가게에 모시고 갈게요. 하고 약속을 했다.
오늘은 양손 마비 뮤즈의 병명을 처음으로 안 날이고 그다음에 방문한 여든일곱 뮤즈의 아이들이 왜 정신병을 앓게 되었는지 알게 된 날이라 노동의 강도 이상 정신적인 소모가 극에 달했다. 어디 가서 쉬었다 가야지. 몸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지친다. 주머니에는 양손 마비 뮤즈의 만두값을 계산하고 난 영수증과 타박상으로 깁스를 하고 누운 여든일곱의 뮤즈 대신 조현병을 앓는 아들을 대동하고 신경정신과에 다녀온 택시 영수증이 있다. 학습지 교사를 할 때도 지하 셋방에 6살, 8살 10살의 아이들만 올망졸망 있고 어른이 없어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라면을 끓여주다 다음 집 학부모의 독촉 전화에 자리를 뜨고는 했는데.. 나는 어디 가서 돈을 벌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