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아줌마.”
나를 부르는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줌마, 변소가 어디오. 내가 오토바이 사고로 눈이 안 보여.”
잠결에 나는 키 140센티쯤 되는 뮤즈의 작은 손을 끌어 간이 소변기 손잡이 위에 올려드린다.
“아줌마, 우리 둘이 사나? 우리 둘이 사는구나.”
발끝만 바닥에 살짝 닿을 정도인 짧은 다리 주변은 허물이 벗겨지듯 파자마가 똬리를 틀고 있다. 솔방울처럼 작은 손은 간이 소변기의 손잡이를 꽉 부여잡고 있다.
“아줌마, 악수하자.”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 뮤즈가 내민 솔방울 같은 손을 잡고 악수를 한다. 갑자기 솔방울처럼 작은 손이 내 손을 끌어당긴다. 그리고는 입술로 가져간다.
뽀뽀 한 번. 뽀뽀 두 번. 뽀뽀 세 번.
참새가 빵조각을 쪼듯 리듬이 있다.
갑작스런 반전에 잠이 달아난 내가 서있던 무릎을 굽히고 뮤즈의 눈높이에 맞춘다. 나도 응답의 손등 뽀뽀를 한다.
“아줌마, 우리 둘이 사나? 우리 둘이 사는구나…. 그렇구나….”
뽀뽀를 하던 입술이 곧장 울음을 터뜨리실 것 같다.
‘꿈을 꾸셨나요? 가을바람에 쓸쓸함이 느껴지셨군요. 아아, 이 커다란 집에서 당신과 나. 단둘이 산다면 얼마나 외로울까요. 지금 당신은 앞이 안 보이는 캄캄한 세상에서 변소를 찾아 준 저에게 손등 뽀뽀를 하시는군요. 근데 어떻게 하죠? 언젠가 이런 일이 있었던 기분. 데자뷰 현상이 구월 들어 두 번째. 아아, 이 많은 인연, 이 많은 고통 다 맛보아야 삶이 완성되려나 봅니다. 손등의 키스는 존경의 표시라는데 구월의 어느 새벽, 뮤즈의 변소를 찾아주고 받아서인지 까닭 없이 <나라야마 부시코>가 떠오릅니다.?’
2017년 9월 19일 작성
Photo by 이소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