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걸 아까워서 어떻게 하나.”
“고마워요. 아줌마 감사합니다.”
“아, 이런 맛 처음 먹어본다.”
“어떻게 아까운지 먹고 나서 괜히 다 먹었다.”
업무일지를 쓰던 손이 그만 습관처럼 뮤즈의 긴 독백을 받아 적고 있었다. 그리고는 더는 참고 들을 수가 없어서, 시끄러워서, 게다가 재미있는 전래동화 같은 뮤즈의 가락에 그만 웃음이 나서 하던 일을 멈추고 뮤즈를 안아드리러 갔다.
그때까지 뮤즈는 개울가에 앉아 있는 아이처럼 침대 난간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있었다. 일명 배고파 치매. 앞을 보지 못하는 그녀는 밥상을 물리자마자 바로 배고파 죽겠다고 한다. 이날도 밥상을 물리고 반시간쯤 후에 ‘배고프니 밥 한 그릇 달라’고 노래를 하셨다.
추석 명절에도 일을 하는 요양보호사들 간식으로 한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뮤즈의 배고파 가락이 구성지고 낼은 추석 명절이니 정해진 메뉴가 아닌 한과 하나를 뮤즈에게 드려도 탈은 안 나시겠지 싶어서 드렸는데 무시무시하게 큰 소리로, 마치 마을 이장님이 동네 사람들에게 알리고픈 내용이 있는 것처럼 고래고래 외치는 것이었다. 근데 듣고 있자니 구성지고 가락도 운율도 다 좋다. 유머까지 있다.
“아아, 맛있어라.”
“아이고, 맛있어.”
“먹고 나서 아까워.”
“아껴먹을걸.”
“뒀다가 내일 먹을걸.”
종일 서서 일하기에 업무일지를 쓸 때만큼은 좀처럼 일어나고 싶지 않지만, 그대로 있기엔 노랫가락이 너무나 구성졌다.
한번 꼭 안아드리고 와야지.
그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단 하나의 한과. 입에서 살살 녹는 한과의 맛이 너무 좋은데 그만 다 먹어버린 슬픔이 눈물이 되어 뮤즈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심한 나는 믿어지지가 않아서 한과가 그렇게 맛있었나. 우리 엄마도 하나 사다 드릴까 하고 한과 박스를 살폈다.
늘 그렇듯 슬픔은 한발 늦게야 느껴지는 법.
한과 박스의 상표를 살피던 난 슬퍼졌다. 코끝이 찡해졌다. 뮤즈가 한과 한 개를 다 먹어버리고 나서 슬퍼했듯이 난 뮤즈의 젖은 얼굴 앞에서 가슴이 아프다. 한과 하나가 뮤즈의 365일을 말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추억의 음식,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음식과 많이 멀어져 있었던 것이다.
맛이란 이런 거구나. 눈물이 날 정도로, 금방 삼킨 것을 아까워할 정도구나. 미각만큼은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구나. 그래서 노인과 아이의 집을 방문할 때는 빈손으로 가는 게 아니라고 할머니께서 가르치셨던가.
눈물 나게 아까워했던 뮤즈에게 한과 하나를 손에 쥐어드리며 오븐 속 패스트리가 꽃을 피우듯 생각의 꽃이 무성하게 피어나고 있었다.
Photo by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