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와 도토리3

by 이은주

기다리셨어요?

문 열고 기다리셨어요?

손이 불편한데 어떻게 여셨어요? 버튼을 누를 때 힘들었겠네요. 목욕을 씻겨드리며 여쭈었다.
목욕 후 감 먹을까? 하신다.
공공근로에서 돌아오실 때 따오신 감이 여러 날 숙성해서 달게 익었다.

수저로 감을 떠서 먹여드리며 나는..
그러니까 이렇게 일하다 아내 생각이 나서 감 따오는 남편이 어디 있어요? 자식들이 그런 아빠 없다면서요. 맛없는 반찬 나오더라도 밥 남기지 말고.. 내가 웃자 양손 마비인 뮤즈가 따라 웃으며..
오늘도. 밥을 남길 것 같아서 밥 좀 덜어달라 하니까. 밥 조금 담았는데 이걸 더냐고 그러면서 덜어줬어.
아, 잘하셨네요.
접시 깬 날은 신경 써서 입천장이 다 까졌어. 근데 이 멍은 젖은 발로 화장실에서 나오다 방바닥에서 미끄러진 거야.
할아버지 놀라셨겠네요.
아니 운동 안 한다고.. 뭐라고 하기만 했어.

제가 복지사님께 할아버지 나쁘다고 일렀는데 오늘 감도 따서 간식으로 주셨다고 해야겠네요?
끄덕끄덕
그러셨군요. 당신은 절 기다리셨고 저에게 할아버지의 만행을 이르시고 싶으셨고 감을 따다주어서 표현 못한 고마움도 말씀하고 싶으셨군요.
나이가 들어도 부부관계는 이렇게도 복잡 미묘하고 모순 덩어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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