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눈도 코도 머리도 바꾸고 싶어 져요

by 이은주


막내조카와의 만남은 산문적이었다.
우리는 수능을 앞두고 함께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방과 후 부지런히 정독도서관에 가방을 두고 나온 막내조카가 어디까지 왔는가고 문자를 한다. 나는 정독도서관 방향의 돌담길 사진을 찍어 보낸다. 풍문여고 쪽으로 오셨어요 하고 다시 문자가 온다. 내가 덕성여중 교문을 찍어 보내자 멀리서 막내조카가 달려온다. 손자와 내가 여행을 하듯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걷는 더딘 걸음을 알기라도 하듯..
우리는 저녁을 시켜놓고 마주 앉는다. 막내조카와 단둘이 만났으면 제법 묵직했을 공기가 다섯 살 손자가 땀촌, 땀촌 노래하듯 부르자 우리 모두의 얼굴에 여유 있는 미소가 감돈다.
땀촌, 우리 머리 바꾸자. 눈도, 코도..
손자는 막내조카 곁에 앉아서 삼촌의 뺨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한다. 나중에 집으로 돌아와서 손자에게 묻는다.
삼촌이랑 머리 바꾸고 싶었어? 눈도? 코도? 계속되는 나의 질문에 손자가 끄덕인다. 왜?
그러자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사랑하니까..
그렇구나 아이야. 사랑하니까 삼촌이랑 눈도 코도 머리도 바꾸고 싶은 거였구나.
가족단체 카톡방에 글을 올린다. 고모는 뿌듯해. 아이들이 자라서 자기 몫을 해주어서. 특히 큰 조카가 고모 대신 퇴근 후 동생 시험 잘 보라고 도시락 싸러 기꺼이 간다 해서..
먼 옛날 짐작도 하지 못했던 미래가 현실로 다가왔다.
아이들이 자란 것이다. 마침내 그들이 만들어 갈 세상을 반보 뒤에 서서 함께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늘은 기쁜 날.
2017년 11월 15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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