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 뭐든지 잘해. 하고 토토로의 메이처럼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해주었지.
안과 나나. 나의 꼬마친구들.
세계 지도를 그릴 때 한국을 가운데에 그려서 나나의 담임 선생님 면담 후 우체국아줌마가 웃으며 후일담을 들려주셨더랬다.
여름방학이면 초대를 해주어서 우체국 사택에 머물다 가면 우체국아줌마 집에 가정교사가 산다고 소문이 났던 마을. 우체국아줌마가 바쁜 날엔 안과 나나의 아빠와 셋이 여름특선 호러영화를 아이들이 졸라서 보러갔다가 다음에 아줌마를 만났을 때 그날 아저씨는 악몽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그날 악몽을 꾸었노라고 털어놓았던 추억.
안과 나나 아이 둘이 집에서 엄마가 퇴근하길 기다리는 여름방학이면 일하던 엄마의 딸이었던 내가 아이들을 집으로 초대했었지. 안과 나나는 출근 길 엄마의 손을 잡고 내 방문을 두드렸고. 아이들은 엄마가 점심시간이 되어 함께 식사를 하러 오실 때까지 4조반 다다미에서 숨바꼭질도 하고 여름방학 만들기 숙제도 하고 빵집으로 달려가 유행이었던 메론빵을 사먹기도 하며 보냈지.
그들 가족이 있어서 나는 외로움병에 걸리지 않았고
그들 가족이 있어서 생일날 너절한 기분으로 야끼니꾸 알바를 마치고 침대에 쓰러져서도 슬프지 않았고 익숙하지 않은 노동에 발바닥에서 불이 났어도 침대에 걸터앉아 퉁퉁 부은 발을 풀어주며 듣던 생일 축하 메시지에 위로받았었지.
새롭게 익힌 바이올린으로 연주한 나나의 생일 축하곡이 끼잉끼잉하고 자동응답기에서 흘러나올 때는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안과 나나의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겠지. 손자와 안과 나나의 아이들이 만나서 한강에서 뛰어노는 그날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