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기 환자는 상기 진단 하에 본원 통원 치료 중이신 분입니다. 환자분은 본인의 증상을 부인하시나 본원 검사 및 진찰, 보호자 관찰기록 등을 미루어 상기의 진단이 의심되는 상태입니다. 현 상태로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예상되어 보호자의 도움이 3 필요한 상태입니다. 또한 질병의 자연 경과상 악화 우려가 커 향후 면밀한 치료적 관찰이 요구됩니다.
소견서는 지금 필요 없는데.. 장기요양인정조사 담당자가 말했다. 여든일곱의 뮤즈의 환경과 일상을 가족이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인지 저하인 아들들은 오히려 여든아홉의 뮤즈가 밥을 해주며 돌보고 있다. 뮤즈는 쌀을 씻기 위해 밥솥을 들다가도 넘어질 수 있을 만큼 쇠약해 보인다.
올초 등급에서 떨어진 여든일곱의 뮤즈를 모시고 동사무소에 가서 상담 후 다시 재등급 신청을 밟았다.
뮤즈는 나와 만나기 전에 등급 신청을 했다 떨어졌다고 했다. 나는 재등급 신청에 성공한 사례를 여러 곳에서 청해 듣고 장기요양인정조사 담당자를 만나기 전에 뮤즈의 신경정신과에서 소견서 한 장을 받아왔다. 내가 보기에 뮤즈는 올 겨울을 나기 힘들어 보였다. 감기라도 오면 면역력 저하로 쓰러지기 십상이다.
뮤즈가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순재 씨와 동생은 어떻게 지낼까. 스스로 자립할 수 없게 되면 시설에 모실 것이다. 뮤즈의 건강이 가족의 자립 여부와 관련되어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 아들들과 함께 계시는 게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마음이 약간 흔들렸다.
돌봄을 위히 방문하자 뮤즈는 간밤에 죽다 살아난 이야기를 말씀해주셨다.
새벽 5시부터 오후 2시까지 토하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 했다. 순재 씨가 사 온 속이 뻥 뚫리는 약을 드셨는데도 명치가 아프시다는데.. 병원을 모시고 가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물을 끓였다. 따뜻한 것보다 약간 뜨거운 물로 해야 마사지에 효과가 있다. 얼굴에서부터 목, 가슴, 겨드랑이 발까지 닦여드린 후 우리는 병원 갈 차비를 하는데 순재 씨가 게 조바심을 내며 계속 말을 시키는 것이었다. '아파? 그래서 엄마 병원에 갈 거야? 입원하면 비싸'
그만 하시라고 해도 좀처럼 엄마 곁에서 떠나지 않는다.
'괜찮아요. 만일 입원을 하게 되더라도 긴급 의료지원비라는 것이 있어서 퇴원하기 전에 동사무소와 연계하면 되니까.' 내가 말했다.
이 말도 서너 번 반복된 후에 안심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뮤즈는 통증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었다.
어쩌면 뮤즈와 아들들을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돌봄을 하는 게 좋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직 뮤즈에게만 집중해서 돌봄을 해야겠다고 할까.
뮤즈의 혈액 검사 후 전해질 수치가 낮아서 대학병원에 모시고 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망설인다. 보호자인 아들 이외에 딸자식에게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출가한 딸이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애썼을 상황도 눈에 선하다.
2차 병원 응급실 담당의는 전해질 수치를 조절하는 동안 심장에 무리가 와서 대학병원으로 옮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완곡하게 말씀하신다.
돈이 없으면 병원에 못 가는 게 당연하다. 이들은 예 하고 잘 걷지도 못하는 어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 대신 집으로 모실 게 뻔하다.라는 내용을 말씀드리자 담당의는 저도 그럴까 봐 말씀드리는 겁니다.
결정할 시간이다. 병실은 1인실밖에 없다. 24만 원. 나는 따님께 전화를 건다. 상황 종료.
오늘 나의 뮤즈는 깨끗한 침대에서 안정을 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