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이나 체질이 다른 양반과 산다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엄마는 오늘도 비수를 꽂았는데요.
'어디가서 그렇게 소리내서 재채기하지 마라.'
봄이면 비염이 시작되는 저는 출근 전에 아침상을 차린다 설거지를 한다 정신없는 가운데 갑작스런 콧물 재채기가 시작되면서 발작적으로 기침을 했는데 참 야속하게 들렸어요.
그래서 '어디 갈 곳도 없어요' 하고 내뱉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뱃속의 심술대마왕이 아침 문안을 드리러 찾아왔는지 이렇게 내뱉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한테 잘 하라고 하면 무슨 소용이냐.'
저는 부엌에서 소금을 끼얹은 장어 한 마리가 되어 한동안 꿈틀대다 나왔는데요..
새벽에 노인의 다리에 쥐가 나서 발마사지를 해드릴 때와는 전혀 다른 전운이 감도는 걸 눈치 챈 손자가 귀가 어두운 증조할머니에게 우렁찬 아침 인사를 합니다.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잠자리에 들면 창백한 얼굴로 푸우, 푸우 입으로 숨을 쉬며 잠드는 노인이 가능하면 통증 없는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과 미운 마음이 짝짝이 신발을 신은 것처럼 뒤뚱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