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라도 괜찮아

by 이은주

#편지
매주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아침 8시까지 pc방에서 알바를 하는 막내조카로부터 장학금 지원 서류 초고 검토를 부탁받고 새벽에 카톡을 하다 엉뚱한 화제로 대화가 옮겨갔다.

나 : 아들아, 요즘 불임부부도 많다.
여자는 임신할 수 있는 난자가 평생 2만 개라면 2만 개 정해져 있어서 나이 들수록 줄어든다.
남자의 정자는 환경호르몬 때문에 변형 정자, 즉 불임의 원인이 많아진다고 한다. 네가 만약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한다면, 그리고 2세를 가진다면 아주 신비롭고 행복할 거야. 그러니 적어도 서른 초반, 가능하면 서른 전에 건강한 아이를 부탁한다.

막내조카 : 아이를 가질지 안 가질지는 요새 고민 중이에요(고모는 알지 여친이 생겼으니 미래에 대해 고민하리라는 걸).

나 : 아들아,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우주의 신비가 아이에게 있다.
물론 아이가 있고 없고에 세계관도 변한다.
아이가 있는 사람이 고민할 지구 환경에 대한 접근 방식도 구체적이지 않을까? 생명의 소중함, 겸손이 바로 출산에 있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소용인가.
막내조카 : 그건 차차 생각해볼게요ㅋㅋ

나 : 그럼. 아직 8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막내 조카 : ㅋㅋ

나 : 네이버 카페 비언어성 학습장애 가입하고 정명이를 위해 정보 조합 들어가거라..

막내조카 : 가입했어요.

나 : 고모는 정명이가 장애라고 특별히 행복하지 못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막내조카 : 저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나 : 남에게 피해 안 주고 나이 들어서 엄마를 힘들게 하지 않고 독립된 일상생활이 가능할 수 있도록 기술이나 예능 쪽으로 길을 열어주어야지.
요리사도 좋고 물리치료사나 복지 쪽 일도 좋고 스포츠댄스나 태권도 강사도 좋고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기만 해도 성공이야..
아들 2학기 성적표 공개하렴^^

막내조카의 성적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매거진의 이전글이토록 뻔뻔한 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