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잠들자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오에 겐자부로의 '회복하는 가족'을 읽는다. 오에는 56쪽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적극적인 동정이나 상상력의 발휘라는 점에서는 지적장애를 지닌 아이를 간호하는 가족, 의사, 간호사 또는 재활치료사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부각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남에게 말하기 전에, 무엇보다 당사자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엄마와 애착 관계를 형성할 시기를 놓쳤다고 해도 지금부터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며 잠든 아이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자와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면 아이는 어젯밤 엄마가 보고 싶다면서 한 시간을 보챘다. 나는 안아주었고, 힘드니까 이제 그만 울자고 설득했는데 이런 따스한 위로의 말을 즐기고 있는 건지 아이의 울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나는 지쳐갔고 귀가 따가웠고 30kg의 아이를 안아주기에 허리가 끊어지는 통증을 느꼈다. 간신히 아이의 마음을 달랜 후 수수께끼 책 한 권을 풀자마자 바로 같은 책을 원했다. 우리는 그 수수께끼 책에서 서로 다른 그림을 찾아 열심히 동그라미를 치다 잠이 들었다. 휴일 마지막이었고 아이는 보채느라 늦게 잠이 들어서 늦게 일어났다. 아침은 롤케이크와 우유를 주었다. 점심엔 짜파게티를 청하기에 그렇게 했다. 간식 같은 느낌으로 후루룩 쩝쩝 먹었다. 우리는 3시에 산책을 나가서 필요한 소모품을 산 다음, 집에 내려놓고 마을버스 투어에 나섰다. 마을버스 할아버지께 드릴 박카스를 들고 초등학생임을 입증하는 버스 카드도 위풍당당하게 들고서 말이다. 마을버스 할아버지께서는 아이를 내려주며 만 원을 용돈으로 주셨고 나는 마음속으로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무엇으로 할까 구체적으로 생각했다(사람은 누구나 외롭고 고독하다. 아이도 할아버지도. 그런 감정선이 닿는 곳에 아이와 할아버지가 있다). 우리는 저녁에 먹다 남은 잡채로 잡채밥을 먹었고 부엌의 도구들, 냄비와 뒤집개와 집게와 크고 작은 접시들을 방으로 가져와 치킨 가게 놀이를 했다. 잠자리에서는 다음에는 무슨 책을 살지 책날개의 책 제목에 동그라미를 치다가 또 한 번 수수께끼 책을 펼쳐서 절반은 해치웠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는 같은 책을 지난주에 한 권을 떼었기 때문이다. 조금 아깝지만 수능 문제 푸는 기술을 꼬마도 벌써 깨우쳤는가고 감탄할 뿐이다. 이렇게 해서라도 인지발달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내일은 두 번째 받는 미술치료 수업이 기다리고 있다. 부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몰라서 갑갑해하지 않기를, 또한 자신의 내면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탐색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도 좋고 그림 그리기도 좋고 치유의 글쓰기도 좋으니까 발견해 내기를.. 그리하여 잠시만이라도 자신의 몸의 영역에서 벗어나 자유롭기를 부탁한다. 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