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말해주세요3
때로는 다 안다고 생각해도 모를 수 있지.
어제 너의 우편물을 받고, 모네의 수첩을 받고 바로 톡을 했어야하는데 아줌마는 저녁준비로 바빴단다. 큰조카딸이 왔고, 아들 보러. 막내조카가 왔고, 조카를 보러.
나는 처음으로 이 친구들의 방문이 즐겁지 않았지. 성인이면서 가족내에 한 몫을 담당해주려고 왔는데 왜 아줌마의 욕구는 이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생각하게 했어.
난 저녁메뉴로 청국장을 준비하는 동시에 김밥재료를 샀고, 혼자 있을 남동생에게 보내려고.
그 김밥을 야간 알바하는 막내조카랑 일찍 출근하는 큰조카딸 몫으로 준비하는데까지 일이 커졌지.
그런데 회사에서 일하고 온 조카딸이 김밥을 싸겠다는거야. 결국 아홉 개의 김밥을 싼 조카딸은 힘들어 보였어.
더는 가족이 저녁을 함께한다는 일이 즐겁지 않겠다 싶었지. 그리고 이 정도의 노동을 힘들어 하는구나 우린 하고 생각했지.
회사가 우리 인간을 저녁시간에 쓸 에너지까지 다 써버리게 하는 건 아닌지 개탄스러웠어.
사회구조적인 문제로도 보이고,
개인의 나약함으로도 보이고,
어쩔 수 없이 한사람이 헌신해야하는 가족구조에도 문제를 느꼈단다.
아무튼 모네의 그림들을 보고 아줌마를 생각해주었다니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