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세잔까지 전시회 유감

아이들을 위한 그림은 없었다.

by 이은주

저는 교양과는 거리가 멀어서 늘 큰소리를 내지요. 자연스러운 관람 보다는 빨리 보라고 다그치는 듯한 미술관에게 말했어요. 구석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는 정명이를 데리고 다니라는데 속이 상하잖아요. 보행에 방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떠들고 뛰는 것도 아닌데.. 아이가 미술관 분위기를 느끼고 이해하고자 하는데 꼭 장사하는 분위기였어요.

모네의 수련연못은 좋았지만, 이번 기획은 엉망이에요. 인상파에 대한 정보도 화가에 대한 정보도 인터넷 보다 못했어요.

게다가 아이를 맡길 곳이 필요하신가요? 하고 묻는 큐레이터에게 아니요. 아니요. 제 아이는 그림보러 왔어요. 그리고 제 아이 발달에 도움이 될까하고 왔어요. 라고 말하자 빙글빙글 웃는 태도에 화가 났지요.

당신도 아이가 있지요? 그림 보러 왔다구요. 하니까. 웃으며
아니요. 없어요..
돌대가리!


어린이 입장료를 태어난 지 36개월부터 12세까지 만 원씩 입장료를 받으면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엔 어린이를 위한 그림은 없었다. 오직 학교 미술책을 공부하듯 줄을 서서 밀려다니는 어른들을 위한 그림만 있었다.
나는 묻고 싶다. 어떻게 미술 전시회 도중에 잠시 쉬었다 갈 의자 하나 없는가고. 그렇다면 그림은 노인도, 어린이도, 장애인도 가까이하기에 힘든 게 아닌가고. 매월 마지막 수요일을 문화의 날로 정하면 뭐하냐고 이들에게는 조금의 쉴 자리도 내어주려고 하지 않으면서. 의자에 앉아서 몇 년에 걸쳐서 완성한 작품, 아니 평생에 걸쳐서 완성한 작품들을 바라본 사람들이 잠시 쉬며 방금 본 그림을 음미해 보기도 하고 함께 온 친구들과 소곤거리며 대화를 나누는 의자말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그림을 설명 없이는 못 보았는가. 도슨트 기기에 의지해 공부를 하듯 그림을 보는 게 어쩌면 상술이 아닌가 싶다.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감상해야 할 그림을 줄줄이 서서 안내에 따라 다음, 다음으로 이동시키는 게 상술이 아니고 무엇인가. 도슨트 기기야 말로 그림 감상을 방해하는 게 아닐까? 여행을 가기 전에 정보를 조사하고 여행에 다녀와서 사진을 정리하듯이 그림도 관람하기 전에 정보를 알고 가고 전시를 본 후에 다시 재감상 하는 마음으로 화집을 읽는 감상법을 도슨트 기기를 통해 속전속결로 소비하는 건 아닌가. 미술 전시가 이런 식이라면 나는 당분간 예술의전당 미술관은 발길을 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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