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지우개가 달린 도마뱀처럼 생긴 것을 보았다. 밤 11시에 잠들면 새벽까지 한 번도 깨지 않고 숙면하던 내가 어째서인지 그날 밤 눈이 떠졌다. 잠에서 깨었기에 그 생물을 본 것인지, 그 생물이 내 머리 위에 납작 엎드리고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이마를 쓰다듬어서 잠이 깬 것인지 모르지만, 그 녀석이 달아난 후에 잠은 물론 내 지난 과거 일부가 사라졌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나란 사람은 꿈같은 건 좀처럼 꾸지 않는데 그날 밤은 끙끙 신음을 하며 꿈속에서 앓는 소리를 냈던 것도 같다. 그렇지만 도마뱀처럼 생긴 것이 내 이마를 훑는 순간 그 꿈이 대체 무슨 내용이었는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 그날 밤부터 난 밤마다 사라진 도마뱀을 찾기 위해 방안을 뒤졌다. 어떤 날은 냉장고 뒤로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침대 밑으로 사라진 것 같기도 하다. 밤중에 차가운 파충류 꼬리가 닿았다고 해서 그렇게 소란을 떨건 없지 않냐고 말하지 마시라. 나는 내 이마에 닿았던 차갑고 서늘한 감촉만 생각하면 지금도 담요를 뒤집어쓰고 싶어진다.
그런데 그날 밤 잃어버린 내 과거가 아무래도 복원되지 않는다. 나쁜 기억이었던 것만큼은 분명한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는데 지장이야 없겠지만, 자기혐오에 빠지기에 충분한 그 기억을 잃는다고 생각하니 어쩐지 나다운 면을 상실했다고 할까, 자신을 바라보던 또 하나의 자아가 사라졌다고나 할까, 이중, 삼중으로 괴롭혔던 잠자리의 눈을 한 자아 중의 단 하나 핵심 자아가 없어진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 도마뱀을 잡기만 하면 꼬리를 한번 단단히 관찰해보고 싶어 벼르고 별렀다. 밤이 오면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다. 아니 자는 척 하다 그 이상한 생물이 내 잠자리에 기어 들어와서 머리 위를 지나 이마 위에 꼬리를 대려는 순간 휙 낚아 챌 생각이었으나 매번 축축하고 기분 나쁜 감촉에 잠이 깨는 것이다. 나는 점점 미쳐 갔다. 아무래도 나쁜 기억 따위는 없는데 밤마다 꿈속에 도마뱀이 출연하고부터 깊은 잠을 잘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는 잠을 자지 않고 버티기로 했다. 밤에 근무하는 일자리를 찾아 일하기 시작했다. 밤 근무를 마치고 집에 와서도 나는 베란다로 가서 환한 햇살을 맞으며 잠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잠과의 싸움은 생각보다 지독한 고통이 찾아와서 샤워기로 찬물 샤워를 해도 졸리고, 냉동실의 얼음을 꺼내 와드득, 와드득 씹어 먹어도 해결되지 않았다. 꿈속에서 도마뱀을 만나지 않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싶어 야근을 나가기 전에 한두 시간 침대에 쓰러지면 그 고얀 녀석은 차갑고 까칠한 꼬리를 질퍽하게 이마에 얹어놓고 나를 흘끔대고 있었다. 미리 준비한 손거울로 이마를 비추고 있는 놈과 내 눈이 마주쳤기 때문에 이것은 확실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이마를 냅다 내리쳤다. 다행히 그 생물의 꼬리는 손으로 꼭 쥐어서 획득할 수 있었고 도마뱀처럼 생긴 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나는 그 나쁜 과거를 지우는 지우개가 달린 꼬리가 내 손에서 벗어나려고 펄떡거리는 걸 바라보다 이렇게 생각했다. 몇 개월 만에 깊은 잠에 빠질 수 있겠구나 하고. 그리고 다시는 내 잠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그 자리에서 우적우적 씹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