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53 씨네 21의 특집은 성장영화였다.
김혜리 기자는 말한다.
키즈리턴은 피치를 올려야 할 마지막 턴이 언제쯤인지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인생이라는 장거리 경주에서 찾아오는 최초의 피로를 담백하게 그리고 있다고.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차피 하나도 없어. 그러니까 걱정할 것도 없어"
어린시절 잠자리 눈 속에 다른 세계가 있다고 믿었던 민규동 감독(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은 길버트 그레이프, 정복자 펠레, 400번의 구타, 개같은 내인생, 시네마천국을 볼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 프랑소와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를 세 번 보았다.
일본과 한국에서 한 트뤼포 영화제에서
나머지 한번은 학교 도서관 LD로 보았다.
400번의 구타 주인공은 트뤼포의 아델 H 이야기와 줄&짐과는 달리 어른이 아닌 소년이었다.
소년은 성가신 존재였다.
아빠와 엄마는 자신의 일만으로도 벅찬 삶을 꾸리고 있다.
소년은 언제나 쓰레기를 버리는 당번이어야 했고 이불 대신 침낭을 발에서 머리꼭대기까지 끌어올리고 잠들어야 했다. 신경질적인 엄마와 자동차 경주에만 관심있는 새아버지 사이에서 소년은 빨리 어른이 되길 기대한다.
귀여운 여도적의 자닌느가 학교가 끝나면 물방울 무늬 원피스와 나일론 스타킹을 몰래 갈아입고 거리를 맴도는 것과 비슷하다.(트뤼포의 유작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영화)
거리를 배회하며 결석을 하고, 친구와 타자기를 훔쳐 달아나는 소년. 얼굴은 하늘을 향한 채 거리의 배달된 우유를 슬쩍 마시는 소년의 옆모습엔 어느새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같다.
라스트에 시커먼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소년은 어느새 자신이 된다.
어른 중심의 일상에 고립된 나.
제멋대로인 어른의 말 한마디에 순종하기 싫은 버릇없는 나.
이것 저것 잔심부름을 하기 싫은 게으른 나
때로는 어른이 없는 곳에서 살고 싶었던 나.
sos 신호를 아무리 보내도 그 누구도 몰라주었던 고독한 나.
혼자서는 동네를 벗어나 살 수 없었던 작은 나.
때로는 이유없이 미움의 대상이었던 어린 나.
누군가 빨리 죽어버렸으면 하고 거침없이 일기장에 썼던 나.
그런 위험했던 나와 기꺼이 친구가 되어주었던 사람들과 다시 이 영화를 보고싶다.
2004/04/1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