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여자한테 굴욕적인 거예요.
특히 나같은 여자에게는...
내 직업은 고독이 필요한거죠.
영화자막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 손은 어두운 영화관에서 빨리 움직인다. 조용한 영화관에 내 연필 끄적이는 소리가 들린다.
1863년,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딸인 아델 H는 게른제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 영국인 대위 앨버트 핀슨을 좇아 핼리팩스로 온다. 연인의 사랑을 갈구하는 아델 H는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편지에 적는다.
사랑하는 남자만을 따라 낯선 도시에 오게 된 아델H. 그녀는 19세기 여성의 변화된 모습을 암시하고 있다. 역동적인 사랑, 자신이 주인이 되는 사랑을 위해 표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여성.
그러나 아델H는 버림을 받는다.
편지로 사랑을 호소하기도 하고,
남자로 변장하여 만나주지 않는 남자에게 접근하기도 하고,
자신의 있는 돈을 털어 궁색한 남자의 주머니에 찔러주는 아델 H.
그런 아델 H의 마지막 씬은 섬뜩하기까지 하다.
일렁이는 바다를 배경으로 한 아델 H는 말한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젊은 여자가 연인을 찾아 혼자서 바다를 건너려고 한다. 그 일을 내가 하리라.
그러나 곧 모순된 대사를 읊조리는 아델 H.
결혼은 여자한테 굴욕적인 거예요. 특히 나같은 여자에게는... 내 직업은 고독이 필요한거죠.
이 대사를 읽는 순간 전율한 나.
2001년 12월의 두번째 일요일을 프랑스와 트뤼포의 영화들을 보면서 보냈던 내가 원하던 대사였다.
혼자 레스토랑 소렌토에서 치즈크림이 듬뿍 든 스파게티 카르보를 먹으며 보낸 시간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따라 바다를 건널 수 없는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던 절망의 순간에 만났던 절묘한 대사.
자신을 알고 나면 이렇게 자유로워진다는 걸 트뤼포의 영화에서 얻은 것이다.
아델 H의 역을 맡아 열연한 이자벨 아자니의 이미지는 현대의 페미니스트의 모습. 바로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현대 여성의 모습으로 각인되었다.
2004/04/1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