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종별 기본소득 제도화

by 이은주

코로나19로 손자와 나는 발달센터에서 무척 신뢰하고 있던 인지선생님과 작별하게 되었다. 우린 그것이 다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발달센터를 찾는 아이들이 줄어들었다. 이번에 알게 된 일이지만, 학습지 교사와 같이 발달센터의 선생님들에게는 기본급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과연 이번 달 카드값을 막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수업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상황이 3개월 지속된다면 누구라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는 이기적인 법. 이제 막 마음 문을 열고 생각보자기를 풀어놓는 정명이에게는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엄마와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서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아이가 주 1회지만 2교시를 함께해 온 인지선생님과는 특별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 자신이 도전하기 어려운 과제가 있으면 들고 가서 배워온다. 요즘 핫한 종이접기로 만든 다양한 팽이만들기를 완성한 날 얼굴은 잊을 수가 없다. 둥근 볼이 상기되어 있고, 한동안 집중해서 보냈던 시간차를 느끼는 듯했다. 그러니까 신비한 체험을 한 것이다. 손발협응능력이 떨어져서 감각통합 훈련을 받아야했던 아이가 자신의 손으로 종이를 접고 매우 복잡한 과정을 해낸 후 성취감을 맛본 순간이었다. 인지선생님은 또 어떤가. 매번 자신의 수업을 위해 새로운 교재를 개발해 왔다. 세계의 명화를 담은 카드를 준비해서 아이와 놀이를 개발하고, 종이접기를 싫어하는 아이 눈높이에 맞는 점선이 인쇄되어 그대로 접으면 꽃이며 연필이며 인형이 완성되는 종이접기책으로 재미를 유도했다. 때로는 집요하게 생각을 유도해서 아이가 제일 어려워하는 정보처리 능력을 키우도록 노력했다. 아이와 매주 인지수업이 기다려졌다. 마법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정명이는 조금 더 멋진 자신을 찾은 것 같았다. 정명이와 나의 관계도 좋아져서 대화도 발전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그녀가 센터를 그만 둔다고 한다.
발달이 느린 아이에게 보폭을 맞추고, 눈높이를 맞춰서 수업을 진행하기란 생각만 해도 감정소모가 많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들 개별 수업준비도 해야 한다. 공부하고 투자한 것에 비해 소득도 일정하지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기 도중에 이직을 하지 말라고 붙잡을 수는 없겠지(그녀를 따라가고 싶다. 스승님 제발 우리 아이를 버리지 말아주세요!).
센터에서는 주 60시간이나 일하시는 인지선생님을 추천해주셨다. 50여 명의 아이들을 만난다는 이야기다. 정명이가 그중의 한 명이 된다고 하니.. 상상이 안 간다.
수업과 부모상담이 촘촘하게 짜인 속에서 수업은 정형화될 것이고(물론 규격화된 학습을 통해서도 아이는 성장하겠지만) 선생님의 바쁜 스케줄을 아는 이상 지금과 같이 느긋한 마음으로한 박자씩 따라가는 설레임은 사라질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프롤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