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 강을 어서 건너오세요

by 이은주


엄마의 이해력, 엄마의 배려, 엄마의 상황판단, 엄마의 문제 해결 능력 감소, 게다가 타협까지 어려워진다. 고집을 부린다. 떼를 쓴다.
주꾸미를 볶았다.
다 드신 후 '잘 먹었다. 1년 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쇼핑몰 책자가 접혀있다 봄 잠바 페이지.
그리고 며칠 전 잠바를 사러 갔다가 다 마음에 안 드신다며 묵은지 김치찌개만 드시고 오셨다. 드시고 싶었다며, 역시 이렇게 먹는 게 맛있다며..
어제는 오이물김치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떠냐고. 물론 만들어 본 적 없지만 알토란 검색하면 못할 것도 없다. 문제는 내가 하기 싫다는 것.
새벽엔 보일러를 틀어놓으셨단다. 나는 뮤즈의 돌봄을 가기 전부터 더우면 양손 마비인 뮤즈의 목욕수발이며 식사수발, 청소로 하루 흘려야 할 땀을 다 흘리는데..
돌봄 이후 손자를 초등학교 긴급 돌봄에서 데리고 오면 또 저녁식사 준비가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돌아가신 할머니께서 치매에 걸리시기 전에 주 2,3회 자식들 집으로 이동하셨다. 심시어 낮잠을 주무시고 일어나셔서 오래 있었으니 가봐야겠다고도 했다.
모두 효자고, 모두 효녀여서 늘 할머니 의견을 존중해서 부지런히 할머니 이동을 도왔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린이도 마찬가지이지만, 노인도 애정을 가지고 작은 변화를 감지하려면 머무는 장소. 환경이 자주 변하는 건 좋지 않다. 아이만 애착관계 형성이 필요한 게 아니다. 노인도 애착관계를 형성해야 고독하지 않고 외롭지 않다.
딸자식을 하대하는 문화와 습관이 엄마와 나의 애착관계를 방해하고 있다.
빨래를 개키면서 엄마의 독백을 들어버렸다.
'유학까지 보냈는데 돈도 못 벌고.. 손자 키워주니까 보답은 하는 거네.'
아, 엄마 그렇게까지 생각해서라도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싶으신 거지요..
그런데 저는, 저는 왜 이렇게 불행한 기분이 드는 건가요.
자식을 소유물이라 생각하던 옛날 방식에서 저는 아주 멀리 떠나왔답니다.
엄마와 딸 사이에 흐르는 강. 그 강을 어서 건너오세요.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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