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가 미술치료를 받는 동안 복지관 담당자에게 오늘의 에피소드를 웃으며 들려주었다.
'정명이를 주산학원에 보냈는데 끝나고 난 뒤 제 귀에 대고 이러는 거예요. 주산 엄청났어요.'
'의자도 멋지고'
'칠판도 있고'
'시간재는 타이머도 있고'
코로나19로 학교 수업을 ebs로 듣고 있는 아이는 학교에 가면 이럴 것이라고 상상했던 풍경을 주산학원에서 발견한 것이다. 학교에 가면 있을 의자와 칠판이 있는 곳에서 공들여 숫자를 쓰고 돌아 온 소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주산학원이 너무 마음에 든 모양이다. 연습삼아 한번 들어 본 후 등록을 결정하려고 했는데 바로 이번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학교긴급돌봄 선생님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정명이가 진이랑 현수(모두 가명)에게 돈을 나누어 주었단다. 잠바에는 마을버스를 탈 때 쓰는 티머니 카드가 든 지갑이 들어있었는데 아이는 어른들이 준 용돈으로 충전을 직접하기도 한다. 충전용인 돈을 친구들에게 호기롭게 나누어주는 걸 돌봄선생님이 보시고 알려주었다.
'왜 친구에게 돈을 주었니?' 라고 묻자 '핸드폰 만지게 해줘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주에는 미영(가명)이 핸드폰을 가지고 놀다가 정명이가 비밀번호를 바꾸었다고 미영이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칫 민감한 부분인 '친구 핸드폰' 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를 들며 정명이 눈높이에서 설명해주려고 노력해야했다. 그런 와중에 핸드폰과 관련된 문제가 또 생긴 것이다.
긴급돌봄교실이 아닌 곳에서 친구관계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아이들끼리 놀게 하지만, 이렇다할 프로그램이 없는 돌봄교실에서의 정명이는 자칫 말썽꾸러기가 되기 쉽다. 친구들에게도 그렇게 인식될 수도 있고. 그런 이유에서 주산학원 문을 밀고 들어가 계단을 내려가면서 아이가 느꼈을 기쁨을 떠올려본다. 여기가 바로 정명이가 그렸던 학교 맞다. 의자도 있고 칠판도 있고 무엇보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