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에 들어가기 전 한달 동안의 에피소드를 적어서 간호사에게 전한다. 아이 앞에서 지난 잘못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 하면 신뢰가 무너질까봐. 그러나 adhd치료에 따른 정보는 공유해야겠기에 메모를 남겼다(이 메모는 차트에 수년간 보관된다는 것도 안다).
*주산학원을 등록했어요. 수업 후 정말 즐거워했고, 선생님께서도 산만하지 않고 잘 했다고 칭찬하셨어요.
*학교긴급돌봄에서는 지난주 매일 전화가 왔어요.
*혼잣말을 하거나 짜증나, 지겹다(나쁜 말은 정말 빨리 배워요.유투브 흔한남매 보고서는 바보 얼굴 표정까지 흉내내지요)는 말을 자주 써서 오전 선생님을 곤란하게 했다는군요.
*주의를 주면 '아휴 시끄러워~' 하며 귀를 막아요. 이럴 때 어떻게 지도해야 하나요
*돌봄선생님께서 학교에 특수학급이 있다며 조언해주시기까지 해서 속상했어요.
*잘못을 지적하면 웃음으로 위기를 넘기려는데 정말 이 태도는 좋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정명이가 먼저 들어가서 상담을 받고 다음에는 내가 들어간다. 이상한 일이다. 담당선생님께서는 내 질문에 대해 문제해결할 만한 조언은 해주지 않았는데 상담 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왜일까. 그것은 어쩌면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나타나는 흔한 에피소드이고 문제라기보다 성장기 과정이기 때문이어서 일까. 마스크를 쓰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그가 묻는다.
- 잠은 잘 자는 것 같습니까?
(아이에 대해서 이렇게 궁금해주는 것에 감동하며)
예. 10시에 잠들어서 아침 7시까지는 자니까 수면상태는 좋은 것 같은데 숙면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 몸무게는 변동이 없군요.
(약 부작용은 아이의 몸무게에도 영향을 미치니까)
예. 그런데 약을 먹어도 저녁쯤 되면 질문도 많아지고 행동도 커져서 제가 지쳐요.
- 뭐 그때쯤이면 약 기운이 떨어질 때니까요. 학교가 개학하지 않았으니 약을 늘릴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몸무게는 또래보다 크니까 더 먹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지켜봅시다. 아이가 저녁에 더 공격적이거나 그러지는 않지요?
질문의 의도를 미처 파악하지 못한 채 아무생각 없이 '예' 해버린 나. 집으로 돌아오면서 저녁에 힘들다고 느꼈던 아이의 행동을 공격적으로 볼 수 있을까 되짚어본다. 나는 기운만 있으면 몸으로 더 놀아주고 싶었는데.. 저녁시간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정명이를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어떨까. 객관적으로 관찰하도록 노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