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 없어서 그래

by 이은주

야채를 함께 파는 반찬가게에 갔다.
생강을 사면서 엄마가 반찬투정을 해서 걱정이라고 했다.
올해 생강이 비싸다며 이천 원에 생강 한덩어리만 담아주던 여주인은 알고 있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입맛이 없어서 그래.
아 맞다. 입맛이 없으면 그것도 고통이겠구나. 하루종일 아무 낙도 없겠구나. 새콤달콤한 것으로 가야겠구나.
그날 저녁 엄마의 상엔 광어회가 올라갔다. 엄마의 입맛을 돋우게 하는 데는 돈이 든다. 아니, 감정을 일관성있게 유지하는데 돈이 든다고 해야하는 게 맞다.
'회가 든든한가보다 지금까지 배고프지 않는 것 보면.' 아침에 밥대신 가래떡을 꿀에 찍어 드시며 엄마는 그렇게 말했다.
반찬가게 여주인이 가르쳐준 비밀스러운 힌트. 입맛이 없어서 그래.

매거진의 이전글땀 흘리는 글 -나신요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