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월요일에 있을 반교수님 상담을 위해 한 달 동안 정명이에게 있었던 일들을 정리해본다. 6월 8일 긴급돌봄 선생님과 긴 통화. 컴퓨터 하는 친구의 목에 팔을 감고 잡아당겼고, 그 친구의 엄마와 선생님이 긴 통화를 하셨다는 내용.
6월 7일 일요일 놀이터에서 9시 20분부터 11시까지 놀았던 그 친구였고 정명이가 과잉행동을 하는 것을 처음 관찰하게 되었다. 정명이의 큰 키와 체중이 놀이에 방해를 주는 모습. 친구가 싫어 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힘으로 잡아당기거나 서로 놀이 욕구가 다르자 양보하지 않았다. 정명이의 체중에 비해 몹시 약해 보이는 친구가 마침내 원통 미끄럼틀 사이로 몸을 숨기자 밖에서 기다리다 심심한 정명이가 원통 미끄럼틀을 두드리거나 침을 뱉는 행동을 했다. 공놀이에서 갑자기 공을 확 빼앗아서 싸움 직전에 말리자 ‘나 안 좋아하고 얘만 좋아?’ 하고 사랑을 확인했다.
6월 11일 목요일 밤 10시. 돌봄선생님 전화.
동이(가명)라는 친구 어머니로부터 문자와 전화가 왔다며. 보드게임 시간에 동이에게 ‘쓸모없는 파트너’라고 거친 말을 했고 얌전한 아이에게 몸싸움(몸을 가지고 노는)을 걸어서 동이는 정명이 때문에 학교 가기 싫다고 했다는 내용.
비즈데코 시간에 간단한 붙이기 작업인데 정명이가 전혀 안 했다고 한다. 생활체육 선생님도 정명이 때문에 힘들다, 행동이 거칠고, 규칙을 안 지킨다고 하셨다.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책읽는 모습은 3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컴퓨터에 집착한다. 심심하면 언제 컴퓨터 하는가 몇 분마다 한 번씩 묻는다.
물론 돌봄선생님께는 주의를 주겠다고 했다.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아이의 몸은 4학년인데 1학년들과 있는 것이고, 영혼은 5살인데 8살인 친구들과 사귀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활체육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선생님이 지시하는 사항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일지도 모르니 그 점을 전해달라고 했다. 줄넘기도 친구들은 열 번을 할 때 정명이는 두 번밖에 못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다른 아이들이 5살 때 할 수 있는 것을 15살에 할 수 있을 정도로 느린 학습자이지만) 가능할 지도 모르니까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월요일 주치의를 만나면 꼭 이 문제를 상의하여 과잉행동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던 인지치료 선생님이 그만두신 후 adhd 상담이 가능한 인지교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는데 경험이 풍부한 선생님을 찾아서 다시 피드백을 받아야 할 것 같다. 평소에 잠들었을 시간이지만 주산학원 숙제를 굳이 하고 자겠다고 해서 깨어있었던 정명이가 전화를 끊자 이렇게 말하며 돌아누웠다.
‘고모 미워. 친구들만 예뻐하고’
하루의 마지막 인사로는 꿈자리가 뒤숭숭한 엔딩.
우린 어쩌면 좋니 정명아, 자신을 이해받지도 못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운 네 마음이 앞으로 얼마나 다칠까. 이렇게 순한 아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까. 나는 너를 어찌 보호하면 되겠니? 그리고 네 친구들과 친구들 엄마에게 ‘감정 표현이나 행동조절이 힘든 친구’와 함께 살아야 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시키면 좋겠니? 어떻게 하면 이 상황에서 네가 나를 가장 든든한 지원군으로 느끼게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