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이라고 아주 작은 친구가 있다. 정명이를 등교시키고 나서 돌봄을 하러 전철역으로 향할 때 아이는 언덕을 올라온다. 엄마가 6시 20분쯤 퇴근해서 집에 올 때까지 피아노레슨과 주산학원에 다닌다. 그래서 훈이의 가방은 날마다 무겁다. 추측컨대 8kg은 될 것 같아 안쓰럽다. 들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다행히 훈이의 가방에는 손잡이가 있다. 오던 길을 되돌아가는 건 내 장기이다. 훈이는 지난번에 주산학원에서 구구단을 외운다고 했다. 다음에 만났을 때는 5단을 외웠고, 그 다음 번에는 9단까지 다 외웠다고 했다. 오늘 훈이는 교문이 보이는 시점에 내게 물었다.
'정명이는 아빠가 없어요?'
'그렇단다.'
'왜요?'
'엄마와 아빠가 헤어지는 일도 있거든.'
'저기, 네가 정명이 친구니까 잘 대해줄 수 있겠니?'
'예.'
교문으로 들어서는 훈이의 등뒤로 '이 얘기는 비밀이다~'하고 내가 말한다. 훈이가 싱긋 웃는다. 소중한 것을 나눈 친밀한 기운이 도는 미소다. 어린 사람도 이렇게 웃는구나. 뭔가 세상을 아는 듯한 웃음이다.
친구가 간식으로 가져온 감말랭이가 너무 맛있어서 작은 색종이에 감.말.랭.이 하고 써 온 정명이의 비밀을 아는 친구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