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쿄 3부작

삶은 쓸데없는 농담같았다

by 이은주


삶은 쓸데없는 농담같았다. 문학을 공부하고자 하는데 돈을 벌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싫었다.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비평수업에 제출할 레포트를 쓸 체력이 안 되니 나는 자꾸 병들어갔다. 무기력해지고 부정적이 되었다.
다 그만두고 싶었다. 지긋지긋한 아르바이트도, 학교도. 다 손을 놓으면 편해질 것 같았다. 그렇게 몸살을 앓으며 3학년을 보냈고 마침내 4학년이 되자 나는 학교가 가기 싫어졌다. 밤샘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처지가, 아니 말이 10시간이지 깨어있는 시간은 뇌가 긴장해서 아침까지 잠못이루다가 간신히 잠이드는데 시간표를 아무리 오후수업으로 짜두어도 수업시간에 맞춰서 나간다는 건 불가능했다.
면접을 볼 때 시미즈 선생님이 했던 말. 공부를 도중에 중단하지 않을 돈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응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어나자.
머릿속으로 생각은 하면서 나는 아직 딱딱한 나무침대에 누워있다.
그때 전화벨이 한번 두번 울리고 착신음이 나면서 내 목소리를 잠결에 듣는다.
"지금은 외출 중에 있습니다. 삐 소리가 나면 녹음해 주세요."
" 이상 수업이 시작됩니다. "
시미즈 선생님의 목소리였다. 수업에 쓰는 책은 꼭 읽어 오고 레포트가 많으니 각오를 하지 않으면 수업 신청을 하지 말라는 꽤 까다로운 주문을 했던 그 시미즈 선생님이었다. 전공을 문예비평으로 하고 시미즈 선생님 지도하에 졸업논문을 쓸 때였다. 시미즈 선생님 문예비평 시간 레포트는 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아 수없이 고쳐오게 했다. 그 원고는 학교 에코다 문예지에 실릴 예정이었으나 마지막까지 수정을 하다 기한이 마감되었다. 그런 엄격한 선생님의 수업에 자주 빠지자 자동응답기에 대고 나를 매주 부르셨다.

"이상 수업이 시작됩니다. "
나는 번개처럼 일어나 청바지에 다리를 꿰고 셔츠를 입고 간이 세면대겸 간이 부엌에서 세수를 하고 이를 닦은 후 자전거 바구니에 가방을 던져넣고 달렸다.
권색폴러셔츠 안으로 바람이 들어와 부풀어 오르고 짧은 머리는 세수할 때 적셔서 햇빛에 반짝였다. 뱃속에서는 밥을 달라고 꼬르륵거리고 자전거 핸들을 잡은 손등은 힘줄이 울퉁불퉁 펄떡거렸다.
마침내 시미즈 선생님 과사무실에 노크를 하면 이미 세미나를 시작한 터였다.
선생님은 매주 나를 위한 세미나를 2부 순서로 연장해주셨다. 동기와 함께 과사무실이 아닌 학교앞 선술집에서 닭꼬치와 니혼슈를 앞에 두고서..
미야자와 겐지와 도스토예프스키 문학을 끝도 없이 이야기해주셨다. 선생님의 문학수업 덕분에 나는 기분 나쁜 농담 같은 삶을 간신히 견딜 수 있었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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