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도쿄 3부작

개별적 행동

by 이은주


마리 아줌마의 가족과 교류를 하는 동안 이들이 매우 개별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아줌마가 직장 일로 바쁠 때는 마리 아저씨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고, 마리 아저씨가 업무상 바쁠 때에는 마리 아줌마와 아이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상황이 충분히 논의가 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로 돌아가지 않은 여름방학이었다. 그때 업무로 바쁜 마리 아줌마는 졸라대는 아이들의 여름 특선 공포 영화관람에 나를 초대했다. 동행은 역시 마리아저씨. 나중에 마리 아줌마에게 공포영화를 본 그날 밤 마리 아저씨가 악몽을 꾸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은 그날 나도 악몽을 꾸었다. ‘아이들 보는 영화를 왜 그렇게 무섭게 만드는지 몰라. 다시는 공포영화 같은 건 안 볼거야.’하고 다짐하는 것도 마리 아저씨와 나는 비슷했다.

그때도 여름방학이었다. 이번엔 마리 아저씨가 고향에 못 가는 대신 마리 아줌마와 안과 나나의 친할아버지 댁에 가는데 동행을 했다. 도쿄역에서 말로만 듣던 신칸센을 타고 일본의 시골 풍경을 눈으로 좇았는데 신비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곡식을 보관하던 낡은 창고를 보는 것도 처음이었고, 예를 들어 다나카 성이 모여사는 마을 어르신을 찾아뵙고 인사드린다고 하면 집안을 방문할 때마다 정말 비슷한 얼굴의 어르신들이 나오셔서 인사를 받으시는 통에 매번 감탄을 했다. 외국인들이 우리 가족을 만날 때도 이런 기시감이 들겠지 싶었다. 그곳에서 마리 아줌마와 아이들과 저는 오이도 따고,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체험도 하면서 여름을 즐겼다. 영화관에 갔을 때도 시골에 갔을 때도 안과 나나는 자신에게 필요한 짐은 각자의 배낭에 가득 짊어지고 무겁다는 말도 없이 당연하게 행동했는데 이 점도 나에게는 아주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마리 아줌마의 매력은 실천력이었다. 모유가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하면 우체국 근무 중 쉬는 시간에 젖을 짜서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퇴근 후 아이들에게 수유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야외에서 쓰레기가 생겼을 시에는 다시 집으로 가지고 오는 걸 실천하셨다. 물론 안과 나나의 배낭에도 각자의 쓰레기를 담아 왔는데 나는 이 습관을 꼭 몸에 익히고 싶었다. 왜냐하면 쓰레기 분리 배출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아침 일찍 학교를 가기 위해 2층 철계단을 다다다 내려오다 발견한 주인아주머니의 모습이었다. 내가 버린 쓰레기를 하나하나 맨손으로 분리하시는 걸 보고 얼마나 미안했는지 모른다. 내가 제대로 안 버리면 누군가 내 대신 쓰레기를 분리하는 걸 보며 부끄러운 하루를 시작했던 걸 잊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레기를 집으로 가지고 와서 버리는 마리 아줌마의 교훈을 늘 기억하고 있다. 물론 안과 나나가 자라서도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photo by lamb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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