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일기 4

by 이은주

냉장고의 썩어가는 음식그릇을 비우고 물에 젖은 파뿌리가 방치되어 내는 고약한 냄새를 환기시키며 나는 CIA요원이 되지요.

냉장고의 음식은 2주에 한번 비워요. 자주 버리면 다 먹을 때까지 반찬해 오지마라. 아까운 걸 왜 버리니 실갱이를 해야하고 그러다보면 너무 우울해지기 때문입니다.


* * *

아이 손을 잡고 버스에서 내리며

"커피를 마셔야겠어. 기분이 점점 나빠지는데.."

"왜요? 왜 기분이 나빠졌는데요?"

"글쎄.. 왜 그럴까? 나는 나이가 들었고 아까 너랑 야구를 하느라 뛰어다녀서 무릎이 아프고 피곤해져서일까."

"비가 와서 그런 게 아닐까요?"

"그렇구나. 너는 어떻게 그렇게 잘 알지?"

"응 비가 오면 그렇잖아요."

"내가 커피를 마시는 동안 너는 뭘 마실래? 아이스크림?"

"저는 고모 마시는 걸 볼래요."


우리는 수박주스와 티라미수 조각 케이크를 나누어 먹었다. 달달한 오후의 간식은 엄마의 냉장고 청소에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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