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동안 ADHD약을 27mg으로 줄이기로 한 날이라 병원을 찾았다. 장애인 활동지원사가 고교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과 쌀보리쌀 놀이를 하고 있었다. 정명이는 여느때처럼 몸무게와 키를 재고 진료 차례가 올 때까지 게임을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등뒤에서 훌쩍훌쩍 젊은 엄마가 소리를 죽이며 우는 소리가 들리자 소리에 예민한 정명이가 눈에 띄게 뒤를 돌아본다. 젊은 엄마는 마침 휴지 한 조각 없어보였다. 그저 손등으로 눈물을 닦고 있었다. 이럴 때 나는 따라 울고 싶어진다. 울고 있는 사람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주섬주섬 휴지를 챙겨 젊은 엄마에게 건넨다. 그녀 스스로 눈물을 다 흘릴 때까지 감정을 담을 손등에 눈이 쓰리지 않도록.. 아이의 장애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그녀의 머릿속에서 평생 함께하여야 할 아이와의 시간이 재편성되고 있으리라. 많은 선택이자신이 아닌 아이의 중심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임을 우리는 안다.
정명이의 게임을 하던 손이 느려지면서 조용히 질문을 한다.
"왜 울까요?"
"엄마들은 다 아이를 사랑해서 그래."
간단한 내 대답에 정명이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나름대로 엄마가 형을 걱정하고 있구나 하고 이해한 것이다.
지난 금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발달센터에서 언어수업을 받는 날은 햄버거 데이. 창가에 앉아서 햄버거 세트를 먹고 있을 때였다. 창밖에 폐지가 담긴 수레를 끌고 가는 이를 본 정명이가 말했다.
"힘들겠지요? 도와주면 좋겠다.."
그러다 생각이 바뀌었는지 다시 정정했다.
"아니야. 자기 할일은 자기가 해야지. 도와주지 말아야지."
햄버거를 먹으며 정명이의 생각을 따라가던 내가 말했다.
"아니지. 힘든 일은 도와주어야지. 너도 어려운 숙제는 내가 도와주잖아."
아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렇게 네 옆에 있을게. 네 옆에서 네 생각이 조금씩 확장하도록 도울게. 그러다가 네 성장이 나를 뛰어넘을 날이 왔으면 좋겠어. 꼭 올거야. 그땐 내가 필요 없겠지. 그래도 좋아.
오늘 땀을 흘리며 숨죽여 울던 젊은 엄마의 손등에 축복을, 당신이 결정만 내린다면 더 이상 두렵지 않을거예요. 아이와 함께하는 삶. 아이의 장애가 나아지지 않더라도 오늘을 버티면 내일이 살아지고 내일을 살아내면 언젠가는 또 다른 누군가의 손에 휴지를 건네줄 수 있으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