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명화극장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주 Apr 30. 2019

게리 올드만의 베토벤



게리 올드만Gary Oldman. 그의 존재를 무명의 게리 올드만과 대중적인 게리 올드만에서 존재감 있는 게리 올드만으로 인식하기까지 몇 편의 영화가 필요했습니다.
17살부터 1년 반 동안 섹스 피스톨즈라는 펑크 그룹에서 활동한 실제 인물을 영화화한 '시드와 낸시(Sid and Nancy)'에서 만난 무명의 게리 올드만에게서 연기력을 기대하기 보다는 젊기 때문에 아름다운 청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레옹'에서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마약밀매를 일삼는 악질형사 노먼역으로 우리들을 열광시킬 때까지 발탈은 그의 존재를 알지 못했습니다.
불멸의 연인(Immortal Beloved/일본판 : 불멸의 사랑)을 본 발탈은 그의 모습에서 음악의 세계에서만 자유로울 수 있었던 베토벤, 지상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사랑 때문에 고독한 베토벤, 음악에 대한 열정 안에서 귀먼 자신을 받아들여야 했던 베토벤을 눈앞에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지금도 기억합니다. 화면 가득 그랜드 피아노가 클로즈업되고 그 위에 몸을 굽힌 베토벤이 현의 진동을 느끼며 고뇌하는 모습을.
게리 올드만은 그 순간 나의 베토벤.
열정의 베토벤.
영웅의 베토벤.
사랑이 가득한 베토벤이었던 것입니다.

그후 학교 시청각실에서 찾은 게리 올드만의 '드라큘라'. 교보문고 앞 건물 2층 비디오방에서 본 
'로미오 이즈 블리딩(Romeo Is Bleeding)'.
한 사람의 배우가 시대와 역할을 다양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은 링 위에 선 복서가 상대편 복서를 향해 휘두르는 펀치와 같이 역동적이었습니다.
게리 올드만에게서는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건 자가 보여줄 수 있는 베스트의 베스트가 느껴집니다.
구깃구깃한 인생, 더러운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 인생, 그렇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며 한가닥 희망을 잃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로미오 이즈 블리딩'의 잭의 가게에선 
 담배 연기와 함께 아직도 그리움의 환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2004/05/06 작성

매거진의 이전글 페데리코 펠리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