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기요양보험신청

by 이은주

1. 예약한 사람들로 붐비는 대기실 소파에는 엄마와 내가 앉아있다. 마침내 엄마를 아픈 몸을 가진 돌봐야 할 뮤즈로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평일 오후 신경정신과에서 엄마는 귀에는 보청기를 끼고 지팡이로 몸을 의지한 채 작은 손가방에서 손바닥만하게 접어 온 신문을 꺼내서 읽기 시작한다. 작은 손가방에서 차례로 접힌 신문이 나온다. 아침에도 스포츠신문이 사라졌다고, 화요일에는 퍼즐이 나오는 날인데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고 찾으셨는데 침대 사이로 떨어져있는 걸 나중에 발견했다.

2. 2, 3일 엄마를 돌보는 동안 나는 번역일을 놓고 있다. 책상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이중언어를 생각할 틈 같은 건 내게 없다. 신경정신과 선생님과의 대화는 이랬다.

“생각보다 좋아요. 치매라고 하기 어려워요. 그것보다 우울증이 예전보다 더 진행된 것 같아요. 2017년에 오셨고, 2018년에도 오셨는데 그때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어요. 제가 왜 기억하냐면 그때도 저에게 의사선생님이 바뀌었다고 하셨거든요. 1차 검사로는 모르니까 10월에 인지선생님 모셔서 2차 검사를 받고 그래도 이상하면 mri를 찍어보셔야해요.”

나는 속으로 외쳤다. 엄마, 치매도 아닌데 그동안 왜. 아, 맞다. 우울증이 깊어지면 그럴 수도 ...‘

새로 처방된 약에는 우울증으로 겪는 망상, 환청에 쓰는 약과 수면제가 들어가 있었다. 수면제는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까 밤에 화장실 가실 때 넘어지지 않도록 실내 보조기나 지팡이를 사용하라고 했다. 엄마를 집으로 모시고 와서 첫날 밤을 함께 잤다. 자는 동안 엄마가 깰 때마다 같이 깼다. 그리고 메모를 남긴다.

뉴프람점 5mg, 스리반정 0.5mg, 아리피졸정 2mg

10시반 취침약.

11시 코골이.

12시 화장실.

2시반 화장실.

5시50분 화장실.

9시까지 깊은 잠.


3.장기요양보험 신청을 인터넷으로 할 수 있는데도 아직까지 망설이고 있다. 등급 신청을 결정하고 실행하는데도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조금 놀랐다. 내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을... 닥쳐올 미래를 미루고 싶어한다는 걸을... 엄마의 쓰레기통에서 구더기가 나와서 돌아다니는 걸 보면서 이제는 혼자 일상생활을 하시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는데도 그것은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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