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배추전을 드신 날 당신 집으로 가신 후 정명이는 언제나 자신의 편이 되어주던 할머니의 부재에 쓸쓸함을 느꼈다. 아홉 시 소등 시간에는 마침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울음에는 할머니와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던 습관이 들어 잠들기 싫은 마음과 한편으로는 진정 할머니가 그리워 사무치는 마음이 뒤섞인 울음이었다.
왜 우니?
할머니가 걱정돼서요. 할머니가 아파서 죽을까봐 걱정이 돼요.
고모는 할머니가 죽을까봐 걱정이 안 되요?
고모도 걱정이 돼지.. 금요일 학교 끝나고 할머니댁에 가면 되지 않아? 그러니까 빨리 자야 아침이 오고 또 금요일이 오지?
다음 날 저녁을 먹으며 정명이가 묻는다.
고모 천국이 있다고 했지요?
응
천국에는 동물병원 할아버지도 있고 엘리스도 있다고 했지요?
응
할머니도 죽으면..
어른은 돌아가시는 거라고 하는거야..
그럼 할머니도 돌아가시면 천국에 가지요?
그럼.
그럼 우리 지금 다 같이 천국에 가는 게 어떨까요?
켁.
밥을 먹던 내가 정명이를 보며 허공을 휘휘 젓는다.
그건 아니지.. 지금 살아있는데 왜 죽어야해.
정명이는 지난주 방과 후 혼자서 공덕역에서 마포구청 할머니댁까지 이동을 했다. 20분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아이는 출발해서 내가 기다리고 있는 마포구청역까지 다섯 번 통화를 했다. 아이는 이제 도착했으니 고모는 집에 가서 쉬라며 할머니댁이 있는 출구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뭔가 뜨거운 것이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우정이나 사랑, 연민이 아이의 등에서 흔들리는 책가방 속 필통과 함께 덜그럭 거리고 있었다. 잠들어 있던 다정한 마음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