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센터 졸업

by 이은주

터덜터덜 걸어서 집으로 가고 있다.

나이 들수록 산책이 기분전환에 도움을 준다. 데이터만 보면 우리 아이는 아직 발달센터에 더 다녀야 한다.

그러나 주변을 의식하기 시작한 나이라 학습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아이를 데리고 박물관에 데리고 다니면서 역사를 가르치고 책을 많이 읽히고 다양한 대화를 유도해야겠다. 인과관계, 문제해결력을 위해서..


어느 저녁 너무나 배고파해서 밥통의 남은 밥을 먼저 주고 저녁식사를 하게 했다. 밥이 다 지어져서 식탁에 앉은 나에게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왜 전 찬밥을 주고 고모만 맛있는 밥을 드세요?"

나는 전후 설명을 아이에게 해주다 버럭 화가 났다. 화가 났던 자신도 미웠고, 하나를 보며 열 가지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자신이 버거웠다.

"네가 배고파해서 먼저 차려줘서 그렇지. 그렇게 말하면 기분이 나쁘지. 그럴 때는 이렇게 말하는거야. 고모 저 밥 더 주세요. 맛있는 밥 먹고 싶어요."

그렇게 가르쳐주고도 한참 고민이 많아졌다. 좀 기다리라고 하고 새밥을 줄걸 그랬나. 마침내 고모 컴플렉스, 계모 버전이 떠올라서 밥맛을 잃었던 기억이 왜 지금 떠오를까.

앞으로 나는 또 어떤 질문에 식은 땀을 흘리며 아이에게 설명하려들까. 과연 그 반복을 무한 반복할 에너지는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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